※해당 연성은 도검난무의 2차 창작으로, 원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블랙혼마루 등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설정을 다수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묘사에 캐릭터 개악/헤이트 창작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폭력 및 고어요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사니와가 주인공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5~2016년 사이에 쓴 글이라 당시의 이벤트나 추가캐릭터들을 반영하는 부분들이 지금 보면 혼란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일부 에피소드에 자해 및 자살시도 묘사가 있습니다, 읽을 때 주의해주세요.
-몇번이나 죽을 뻔하고, 죽으면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 앞에서 카센이 깨졌다. 그 때 나는 죽은거나 다름없다. 정부에서 왔다는 사람이 그 뒤에 나타났고, 나를 향해 내리쳐지던 칼을 막아주었다. 나는 도검들을 막아선 그를 보고 울었다. 살아났다는 기쁨은 없었다. 카센과 같이 가주지 못한 고통만이 있었다.
-그 혼마루의 일은 그 사람이 대신 맡게 되었고 나는 현계로 돌아갔다. 돌아가자마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남들보다 운이 좋았다는 것은 알고있다. 보통 블랙혼마루에 들어가서 제대로 정화도 하지 못한채로 살아나오는 사니와는 거의 전무하다.
-영력만큼은 남들보다 훨씬 강하다고 들었다. 그것도 치유와 정화에 특화되어 있다고. 하지만 결국 바닥은 있던 모양이었다. 베이고 찔리고, 그대로 휘저어지고 잘리고. 그걸 반복하다 보니 혼마루나 도검들의 정화는 커녕 내 회복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게 고작이었다.
-상처가 대충 아물고서 샤워실에 갔다. 누군가가 검붉은 펜으로 가득 그어둔 것만 같은 몸뚱어리. 하나하나 모두 기억한다. 가장 크게 난 것은 옆구리에 깊이 난 흉터였다. 치유력이 재생까지 시킬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지금도 아마 움푹 패여 있을 것이다. 떼어낸 살은 내 앞에서 발에 밟혀 으깨졌고 나는 그 위로 얼굴을 처박혔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결계를 치고 잠들고서, 몇번이나 깨어난다. 눈이 뜨이거나 악몽을 꾸거나 둘 중 하나다.
-나는 그들을 구해주지 못했다. 그들은 내가 구해주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나를 구해준 사람이 찾아왔다. 블랙혼마루 대책반이라는, 도시전설인 줄만 알았던 부서가 실재하는 줄은 몰랐다. 그렇게 말하자 일손이 바쁘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곳에도 금방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블랙혼마루는 대책반이 투입되기 전에 예비대책으로 새 사니와를 보내두는게 고작이라고. 나는 운이 좋았으면서, 운이 나빴다. 그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고, 거기서 가져온 것을 쥐어주었다. 카센의 검집이었다.
-혼자 남겨지면 유일하게 내 편이었고, 내 것이었던 카센을 떠올렸다. 나에게는 가족이고, 형이고, 친구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것은 생애 하나밖에 없었다. 그런 카센은 저 피안에 있다. 어딘지 몽롱한 듯한 목소리로, 녹아들 듯이 웃으면서, 피안을 보면서 떠나가버렸다. 웃는 얼굴로 카센은 사니와명이 아닌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의 끝은 차오른 피에 잠겨 완성되지 않았다. 어떤 의도였든, 다 부르지 못한 이름만을 남겼다.
-자해를 시도했다가 간호사들에게 막혔다. 구속복을 입게 되었다.
-주사를 맞는 것이 무서웠기에 링겔도 맞지 못하고, 투약도 직접 복용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뾰족한 그 끝은 마치, 배를 뚫고 들어오던 단도와도 같았다. 자, 손잡이까지 박혔다. 증오와 원한이 가득하던 그 목소리. 떠올리는게 아니었다. 토사물을 치우는 사람에게 미안했다.
-자해를 시도하지 않은것은 죽기를 포기해서가 아니다. 카센의 검집을 돌려받고 싶어서였다. 겨우 구속복에서 풀려났다. 건네받은 검집을 꼭 끌어안았다.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 않다. 개인병실에서 나는 혼자서 텅 빈 검집만을 들여다보았다.
-그 사람이 찾아왔을때 고맙다고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은 그 사람이 조금 빨리 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죽은 뒤에 혼마루에 왔어야 했다.
-특별시설로 옮겨지게 되었다. 어디든 상관없다. 음식과 물을 먹지 않으면 반드시 죽는다.
-다른 사람과 같은 방을 써야 한다고 했다. 나를 참을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텐데. 내가, 나같은게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
-방에 들어가자마자 구토하고 기절했다. 하지만 모두 나를 이해해줄 것이다. 그 손끝의 붉은 색이, 웃고 있는 입가의 점이.
그 혼마루에서 나는 그 미소를 보면서 손톱이 뽑힌 자리 위로 사포질을 당했었다. 내가 당한 거니까 그만큼만 되갚아줘도 되지? 라는 웃음섞인 목소리와 함께. 그 아이를 보는 순간 그 빨간 기억이 다 되살아난다.
-항의할 기운도 없이 설명을 들었다. 학대당한 사니와나 도검들이 서로에 대한 공포증을 치료해나가기 위해 모이는 시설이라고 했다. 그런걸 바로 말해줬다면 나는 이틀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하자 미안하다는 사과가 돌아왔다. 공포증을 치료하다니 웃기는 이야기다. 너무도 뻔한 목적이었다. 망가진 것은 고칠수 있다면 고쳐 쓴다는 사고방식.
-어쨌든 나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부권이 없다. 나는 어딘가에서 학대받았을 카슈 키요미츠와 같이 시설생활을 하게 되었다. 긍정적인 것은, 이전의 혼마루에서 나를 가장 심하게 다룬게 카슈 키요미츠가 아니라는 사실뿐이었다. 아마 같이 생활하는게 호타루마루나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였다면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카슈 키요미츠에게 아까는 미안했다고 사과했다. 이번에는 카슈 키요미츠가 벌벌 떨면서 잘못했다고 울기 시작했다. 놀라서 그를 한참이나 달래야했다. 전 주인은 언제나 학대하기 전에 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겨우 울음을 그치며 말하는 카슈 키요미츠의 눈가가 빨갛다.
-카슈 키요미츠는 내게 귀여워해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카슈 키요미츠에게 아무 말도 걸지 못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직 공포이다.
-무언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죽는 것은 잠깐 미뤘다.
-카슈 키요미츠가 내 침대맡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거기에는 카센의 검집이 있다.
-무엇인가 필요한 것을 요청하는 기간이라고 했다. 나는 아무것도 요청하지 못했다. 카슈 키요미츠는 큰, 아주 큰 곰인형을 요청했다. 인형을 좋아하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인형의 용도는 빨리 밝혀졌다. 카슈 키요미츠는 인형을 꼭 끌어안고 배에 얼굴을 묻고서야 겨우 잠들었다. 나는 그가 잠든 것을 그때에서야 처음 보았다. 두 개의 침대 위에서 한명은 발작하듯 팔자리를 퍼덕이며 깨어나고 한명은 잠들지 않는 날을 반복하다가 그 날에서야.
-카슈 키요미츠의 손톱은 매니큐어를 바른지 오래된 듯, 거의 벗겨져 있었다. 어째서인지 하늘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 엉망으로 해진 손에 발린 매니큐어가 슬펐다. 너는 그래도 사랑받고 싶어했구나. 그 애는 너덜너덜해진 손을 감추지도 않고 그 손으로 나를 때렸는데.
-사실 우스운 일이다. 카슈 키요미츠는 인간을 무서워하고 나는 도검남사를 무서워한다. 둘이서 같이 지내면서 공포증을 극복하라는건 교정강간이나 다름이 없다.
-날붙이류를 주지 않으니 손쉬운 자살법이 없다. 목을 매달아봤자 죽기 전에 들통나서 아프기만 하고 비효율적이다. 죽고 싶은 주제에, 이렇게나 가리는게 많다. 어떻게 죽을지를 생각해보다가 문득 생각이 미쳤다.
-카슈 키요미츠에게 말을 걸자 멈칫하면서 무슨 볼일이냐고 물었다. 불편한 룸메이트에게 나는 본체가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 시설 직원들이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걸 왜 묻느냐고 손을 덜덜 떨며 묻는 카슈 키요미츠에게 나는 너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그저 내가 죽을때 좀 빌려줄수 있을까 해서 물었다고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뒤로 카슈 키요미츠는 나를 보고 조금은 덜 두려워한다.
-너는 그 혼마루의 나에게서 무슨 일을 당했어? 라고 물어왔다. 네가 당한거랑 비슷한 일일 거라고 대답했다. 나는 카슈의 상처를 헤집을 생각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카슈도 그래주기를 바란다. 그 대답에 카슈는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불쌍하다고, 불쌍한건 누군데. 결국 나도 울었다.
-카슈는 그 혼마루의 사니와를 죽였다고 했다. 그 혼마루에는 사니와와 도검남사들의 잔해, 그리고 카슈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미친 혼마루에서 어느 날은 카슈의 손을 믹서기에 쑤셔넣고 돌린 뒤 치료하고, 또 어느 날은 못박힌 판자위에 꿇어앉히고, 또 어느 날은 묶어선 물속에 던져버리고, 할수 있는 것은 다 해본것 같다. 그런데도 도검은 사니와의 영력이 흘러들어오는 이상은 죽지 않는다. 그 나날을 견디다 못한 카슈가 어떻게든 사니와를 죽인뒤에 정부에 확보된 것이다.
-주인은, 내가 주인을 찔렀을때 웃으면서 그 얼굴도 귀엽구나, 라고 말하고 죽었어. 코를 훌쩍이며 카슈는 계속 울었다. 카슈는 손길을 두려워한다. 손을 내밀어도 좋을까. 망설이다가 우는 카슈를 안아주었다.
지쳐서 잠들 때까지 카슈는 품에서 계속 울었다.
-다음날 카슈는 본체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어리석었다. 그저 상처입은 사니와랑 도검남사끼리 상처나 핥아주라는 의미로 같이 두고 있는줄 알았는데. 영력이 아주 조금씩 흘러나가고 있었다. 그 전에 본체를 가져간건 임의로 카슈를 현현시키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본체를 돌려준 것이고.
카슈는 나를 보고 주인, 하고 웃었다.
-당연히 거절해야한다. 나는 그 싸늘한 날이 무섭고, 거기에 흐르던 내 피가 무섭고, 눈에 틀어박히던 칼끝이 무섭다. 카슈가 내게 칼을 들이대느냐 아니냐 이전의 문제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래, 라고 대답했다. 카슈는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고 있으니까.
-또 다시 물품을 요청하는 날이었다. 서로 비밀로 하고 무엇인가를 써낸뒤 며칠뒤 나는 카슈랑 멀뚱히 마주보다가 웃어버렸다. 손에는 둘 다 빨간 매니큐어를 들고서. 그날, 카슈는 나를 만나고 처음으로 웃었다.
내가 발라준 손톱을 몇번이고 들여다보며 카슈는 주인은 뭐 하나 제대로 못 하게 생겨서는 의외로 손재주가 있구나, 라고 웃었다. 의외로 가차없는 녀석이다. 웃는 카슈를 내려다보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왜 초기도, 내가 아니었어? 라고 물었다. 난감한 질문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네 첫인상이 무서워서라고 대답했다. 상처받은 표정이 되길래 지금은 아니라고, 제일 귀여운 도검이 너라고 생각한다고 한참을 달래줬다.
카센을 고른 것은 상냥해 보여서였다. 물론 그는 상냥했지만, 동시에 거침없고 가차없기도 했다. 떠나갈 때조차 등돌리지 않고 시원스러웠던 남사였다. 표정이 우울해졌는지 카슈가 안절부절 못하다가 나는 주인을 절대 떠나지 않을 테니까 울지 말라고 나를 꼭 안아주었다. 고목나무에 매미가 매달리는 모양새로 보일 것이다.
-왜 곰인형을 안고 자야 잠이 오느냐고 물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카슈는 대뜸 엉뚱하게 언령이란 것을 믿느냐고 물었다. 사니와인 이상 주술적인 부분을 안 믿을 수는 없다. 고개를 끄덕이자 카슈는 한참 또 머뭇거리다가 솜으로 대신하는 거라고 말했다. 전에 있던 혼마루에서 잘 때는 꼭 필요한게 있었는데 여기에는 그게 없으니까 솜으로 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긴, 솜과 내장은 독음이 같다. 뱃속에 있는 것도 같다. 너는 거기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잠들었을까.
-카슈는 하늘색을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면 자꾸 생각나서 싫은 거라고 했다. 도와주지 못했던 친구가, 친구들이 떠올라서. 그럼에도 카슈는 다 벗겨져가는 하늘색 매니큐어를 지우지 않았었는데.-정부는 아마 나와 카슈의 상태가 더 안정된다면 다시 어느 혼마루에든 보낼 생각일 것이다. 아직도 날카롭고 뾰족한 것을 무서워하고 틈만 나면 죽고 싶어지는 사니와와, 망가질 대로 망가진 도검을 아직도 그렇게나 알뜰살뜰하게 써먹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