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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5)

재활용 혼마루(前) 2021. 6. 17. 08:27

-혼마루도 아직 없고, 사니와로서도 한참 미숙한 견습사니와가 나는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단도실의 식신이 건네주는 예상시간 중 그렇게나 많이 나오는 1시간 반, 나오는 검 중에는 너만이 없다. 심술이라도 부리는 걸까, 그런 우아하지 못한 짓은 좋아하지 않을 텐데. 오늘도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눌러 지우고서 견습사니와의 연수를 도왔다. 그녀와 그녀의 초기도가 머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며칠동안 방에서 밥을 먹다가 하세베에게 끌려 모두와 식사를 했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시는 줄 알아도, 방 밖으로 나오지 않으시면 다들 불안해합니다." 
 "안한다니까." 
 "견습사니와와 카센 카네사다는 자신들의 처소에서 따로 식사를 하고 있으니 주인께서 행동을 삼갈 이유가 없을 텐데요." 
 "넌 우울하다는 게 뭔지 모르지?"  
주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낫겠습니다, 라며 또 하세베가 이죽거렸다. 가끔, 형이 있으면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한다. 유독 내 앞에만 고기를 많이 갖다놓는 얄미운 모습을 볼 때면 더욱. 
 
 -수행가고 싶다고 아이젠 쿠니토시가 떼를 썼다. 
 "안돼." 
 "도대체 왜?!"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와서 자신이 수행을 다녀오면 혼마루의 재정을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하는 하카타를 물리치는 데 한참이나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렇게 둘을 겨우 물리치고 나니 은근슬쩍 눈치를 보던 단도들도 더 입을 열지 않았다. 
 
 -"대장. 우리가 강해지는 게 싫어?" 
 "그런 건 아니지만." 
 "아니면 대장이 가지고 있다던 그...트라우마, 같은 거야?" 
 다르다. 이 혼마루에 있는 남사들이 나를 해칠 거라는 생각이나 두려움은 그다지 없다.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다만 수행을 마치고 돌아온 남사들은 크든 작든 사니와에게 더 마음을 쏟는다고 들었다. 굳이 나 같은 것에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정말로 다들 수행을 가고 싶어한다면 그 때는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게 좋겠지.
 
 -다른 혼마루에는 적어도 두셋 이상의 수행을 마친 단도들이 연련멤버로 나오는지, 남사들이 연련에서 지고 분통을 터뜨리는 횟수가 늘어간다. 슬슬 불평을 쏟아낼 시점이니까 나는 아픈 척이라도 연습해 봐야겠다. 우리 혼마루의 남사들은 나의 '아프다' 는 말에 매우 약하다. 그러니까 그 상냥함에 기대도 무슨 말은 하지 않겠지.
그래도 너무 많이 지고 오면 다들 기가 죽을 텐데...대책을 생각해 둬야겠다.
 
-밖에 나와서 남사들하고 이야기도 하고 햇빛도 좀 쬐라는 타박을 받아서 오후에는 그냥 마루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살짝 졸았다가 누군가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어느샌지 히자마루가 옆에 앉아있었다. 자주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던 검이라 약간 낯설다. 히자마루는 내가 깬 건 아직 모르는지 옆에 앉아서 혼잣말로 한탄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도 나 못지 않은 난민이었다.
형님께서는 도대체 언제 오시는 건지, 아무리 케비이시를 베어도 오지 않는다면서 한참 투덜거리는 히자마루를 보고 깬 기척을 해줘야 할지 아닐지를 고민하다 결국 과장되게 하품을 하며 지금 깬 척을 해주었다. 
"아, 일어났나."
"덕분에."
"시끄러웠다면 미안하다."
"아냐, 그보다 나야말로 왠지 미안한걸."
혹시라도 들은 거냐고 당황하는 히자마루는 조금 귀여웠다. 왠지 동질감이 느껴져서 나도 그 옆에서 한탄이나 늘어놓아 보았다. 뻘뻘거리던 히자마루는 나중에는 내 어깨를 토닥여주면서 같이 힘내자는 말까지 해주었다. 남사에게 동정받은 기분이 드는데 괜찮은 건가 싶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항상 그 동정에 기대고 있구나. 
그나저나 우리 혼마루에는 아직 없는 남사가 너무 많다. 나 혼자서만 카센이 없다고 궁상을 떨면 미안한 일이니까 조금 더 든든한 사니와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도 초기도를 대동하지 않고 연수를 받으러 온 견습사니와에게 나는 괜찮으니까 카센을 데리고 있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 동안 미안했다는 사과도 같이. 그녀는 머뭇거리며 괜찮냐고 물어봐주었다.
나는 정말로 괜찮다. 사랑과 그리움을 가지고 그를 찾고 있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오늘 가르쳐야 할 부분을 끝내고는 드물게도 그녀와 약간 더 대화를 나누었다. 전보다는 언동이 조금 차분해진 견습은 블랙 혼마루에 대해 조금 더 물어왔기에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겪은 이야기는 아닌, 남들의 이야기 중에서 온건한 부분들만. 블랙 혼마루에 대해 관심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괜찮다면 지금 혼마루에 머무르고 있는 '치료중' 인 남사들과 이야기하게 해주어도 될 거 같아 물어보니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처럼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녀도 여기서 조금은 나아져 주는 걸까, 그러면 기쁜 일인데.
 
-카슈랑 둘이 이야기하고 싶어서 일부러 다른 신선조의 남사들을 원정보냈다. 속였구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카슈를 앉혀놓고 오랫만에 몰래 사둔 네일 폴리쉬를 꺼내서 발라주면서 말했다. 도망가고 싶어하는 표정의 카슈였지만, 그 와중에도 바르는 중인 네일이 신경쓰이는지 잡힌 손을 뺴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냥 미안했다고만 말했다. 카슈는 고개를 저었다.

"신경쓰지 마, 주인한테 화난 거 아니야."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그리고 내가 잘못한 게 맞는데."

"아...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나는 그저, 그저..."

더 말을 잇지 못하는 카슈를 보고 있자니 더 미안해진다. 역시 내가 질질 끌고 혼자 처져 있던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남은 손톱에까지 선명한 붉은 색을 바르면서 나는 카슈에게 말해주었다. 나는 지금의 혼마루와 남사들이 제일 소중하다고. 카센을 데려와봤자 그건 내 남은 미련을 해결하는 거 뿐이고, 내가 그리워하는 카센이 돌아오지 않는 것도 알고 있다고. 그러니까 내가 미련을 완전히 버리는 동안 조금만 지켜봐달라고.

카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금 울었다. 더 미안해졌다.

 

-아이젠이 몰래 수행도구를 꺼내서 혼자 수행하러 나가버렸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

 

 

 

(2017-06-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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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나무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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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4)

재활용 혼마루(前) 2021. 6. 17. 08:27

 

 

-우리 혼마루에는 가끔 같은 도검남사가 둘 있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 혼마루의 도첩에는 없는 남사가 있을 때도 있습니다. 옛날보다 빈도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나쁜 주인을 만나서 상처받은 남사들은 종종 이 곳에 와서 쉬다 가곤 합니다. 우리 혼마루에 있는 남사들 중 반 정도가 대체로 그런 자들입니다. 주인님이 현현시키지는 않았지만, 주인님에게 도움받아 진심으로 모시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혼마루가 그렇게 하나 둘 씩 차던 중에 남사들이 주인님을 위해 데려온, 이 혼마루에서 주인님이 처음으로 직접 현현시킨 도검남사라고 합니다. 언제나 저는 그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아, 이야기가 빗나갔네요. 그래서 지금 우리 혼마루에는 도첩에 없는 남사가 하나, 중복 남사가 하나 있습니다. 도첩에 없는 남사는 견습사니와의 카센 님, 그리고 두 명 있는 남사는 시시오 님이십니다. 시시오 님께서는 옛날엔 많이 위험한 분이셨지만 지금은 거의 괜찮습니다. 등 뒤에서 말을 걸어도 움찔하긴 하시지만 전처럼 칼을 뽑아 다짜고짜 찌르지는 않으시니까요. 지금은 본인의 동소체를 데리고 다니면서 돌봐주고 계십니다.

우리 혼마루는 다른 혼마루랑은 조금 다른 것 같지만, 그래도 매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다른 분들과 같이 시간역행군을 물리치다가 혼마루에 없는 검을 주워 돌아왔습니다. 우리 혼마루에는 희귀도가 높거나 입수난이도가 높은 도검남사가 별로 없어서, 저희들은 주인님을 위해 혼마루에 아직 없는 남사들을 더 많이 데려오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 온 검을 보고 모두가 기뻐해주었습니다. 미카즈키 님께서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웃으셨습니다.

이번에 데려온 검을 보고 주인님도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이제서야 아와타구치의 방에 신세를 지고 있는 아이젠 님에게 면목이 선다고 하시며 바로 아이젠 님을 불러 그 검을 현현시켜 주셨습니다. 정작 만나게 된 두 분은 영 애매한 반응이었지만 주인님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웃기만 하셨습니다. 오늘의 근시는 저였기 때문에, 아이젠 님과 아카시 쿠니유키 님이 지낼 방을 준비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이 혼마루는 보통 도파별로 방을 나누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혼자 지내는 것이 싫어 아와타구치의 방에서 같이 지내고 있던 아이젠 님도 오늘부터는 보호자와 같이 본인의 도파 이름이 붙은 방에서 잘 수 있게 됐네요. 다행입니다. 행운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카시 님은 과연 다른 혼마루의 도검남사 분들에게 듣던 대로 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주인님은 난색을 표하셨지만 곧 알아서 하라고 말씀하셨기에 저희는 주인님 말씀대로 알아서 아카시 님에게 일을 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카시 님이 나긋나긋하게 일하기 싫다고 말하시는 것을 아이젠 님께서 정강이를 걷어차 가면서 같이 말당번을 가는 걸 보다가 그만 웃어버릴 뻔 했습니다. 

 

-오늘은 부엌담당 분들을 도와서 간식시간에 먹을 다과를 준비했습니다. 평소와 같았지만 오늘은 하나가 달랐습니다. 견습사니와 님의 카센 카네사다 님이 일을 돕고 싶다면서 부엌에 들어오신 것입니다. 모두와 같이 하는 일은 어제나 즐거웠지만, 카센 님께서 들어오고 나서 부엌일을 하고 계시던 츠루마루 님께서 이상하게 조용해진 것이 신경쓰였습니다. 가끔은 다른 분들이 시끄럽다고 구박할 정도로 활기차신 분인데 왜일까요.

당고는 맛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카센 님께서는 우아하게 인사하신 뒤 자신과 견습사니와 님의 간식을 가지고 방으로 가셨습니다.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하고 말하자 츠루마루 님은 고개를 저으면서 지금 거리를 유지해주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도 제가 근시입니다. 오늘은 순번상 카슈 님의 차례였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카슈 님께서는 제게 근시를 양보하셨습니다. 사실 모든 도검들이 주인님의 가장 곁에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근시라는 자리는 언제나 매우 기쁜 자리입니다만 초기도이고 주인님에게 언제나 각별하게 대하시는 카슈 님께서 왜 갑자기 근시를 양보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인님께 근시가 바뀐 경위를 보고하고서, 혹시 카슈 님과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눈을 피하시는 것을 보니 분명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오늘은 고토 님과 대련을 했습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느냐고 묻는 고토 님은 저보다 키는 작지만 아와타구치의 단도들 중에서는 연장자에 속해서 그런지 상당히 어른스럽고, 의지하기 편한 것 같아서 카슈 님과 주인님이 사이가 틀어지신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고토님은 웃으면서 별 일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우리 아와타구치도 엄청 많이 싸우거든. 어제는 마에다랑 히라노가 간식 때문에 싸웠다가 야겐한테 혼났어.

의외네요, 아와타구치는 항상 사이좋을 줄 알았는데.

생각은 누구나 다르거든. 대장도 아마 카슈 키요미츠랑 생각이 다른 게 있으니까 그렇겠지. 조금 있다가 풀려서 이야기하지 않을까.

그랬으면 정말 좋겠어요, 주인님 요즘 왠지 조금 기운이 없는데.

고토 님의 말씀대로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카슈 님과 같이 원정을 가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카슈 님은 원래 원정을 가기로 되어 있던 우라시마 님에게 근시를 양보하고 대신 원정을 자청했습니다. 살짝 카슈 님께 다가가서 물어보았습니다.

주인님과 싸우셨나요?

그런 건 아니야.

그렇지만, 카슈 님이 근시를 양보하는 건 역시 이상한 걸요.

역시 그렇지?

살짝 맥없이 웃어보이시더니 카슈 님은 말했습니다.

나는 욕심쟁이일까.

네?

혼마루에서 주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남사이고 싶어. 주인이 지금 없는 다른 녀석을 생각하는게 싫은데.

지금 없는...?

카슈 님은 그 뒤로는 더 입을 열지 않으셨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몰래 간식으로 먹으려고 숨겨둔 과자를 가지고 주인님의 방에 갔습니다. 주인님도 과자를 좋아하시니까 비밀 이야기를 할 때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주인님의 방 바로 옆은 근시의 방이라 혹시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역시 밤에 몰래 잠입하는 건 와키자시의 특기니까요. 오늘의 근시는 쇼쿠다이키리 님이셨고, 그래서 아무 문제 없이 슬쩍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주인님이랑 과자를 먹으면서 슬쩍 여쭈어 보았습니다.

우리 말고도 보고 싶은 도검남사가 있으세요?

그건 왜 묻는 거야?

데려다 드리고 싶으니까요! 주인님의 웃음은 가장 소중하니까, 주인님이 웃으실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지금 그대로도 괜찮은걸, 무리는 하지 말아줘.

에에~그런 대답 말고요.

아니, 그런건 갑자기 물어봐도 대답하기 좀...

그래서 저는 결국 이야기했습니다. 며칠 전에 카슈 님이랑 대화한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왠지 고자질 같아서 조금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주인님은 가만히 그걸 듣고 있다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내가 잘못한 거고, 카슈가 화내도 나는 할 말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리고...그는 내가 데려오고 싶어. 그래서 단도하고 있는 거니까.

 

-소득은 없지만 아무튼 한 가지 사실은 알았습니다. 주인님께서 만나고 싶어하시는 분은 단도로도 혼마루에 와주실 수 있는 분이라는 걸. 이걸로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남사들 중에는 아는 분도 계시는 거 같지만, 이상하게 아는 분들은 다 쉬쉬하는 분위기입니다. 차별은 나빠요, 흥. 아무튼 저는 열심히 노력해서 주인님의 도움이 되고 싶으니까요.

 

 

 

 

 

 

=딴짓도 많이 했고 쓰려다가 콱 막히기도 했는데 이제서야 그냥 다시 느긋하게 손을 댄다...카센은 데려와야 끝이 나지 암튼 갑자기 뭐든 쓰고 싶게 만들어준 망싸 참 고맙습니다 시발롬들아

 

=고쳐쓰기는 사실 손도 안댔지만...한번 손을 대면 엄청 많이 해야 될 거 같아서 좀 고민되기 시작한다...그러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쓰는 레벨이 돼버릴거 같은데ㅠㅠㅠㅠ 이대로 놔둬야 하나.

지금 와서 다시 보니까 대체 왜죠 싶은 부분 너무 많아 으아아아 죄송합니다 근데 원래 연성은 기분따라 하는 거고 그러다 보면 오류가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거고 그게 나중에 이렇게 괴로워지고ㅠㅠ

 

=남사 시점 재미있음...도뮤 뽕 떄문에 자연스레 모노요시가 나왔음 나름 특별한 위치라서...? 카라쨩은 많이 등장하기도 했었고...나머지는 뭐 없거나 별 에피가 없기 때문에 흑흑 나중에 닛카리도 등장시켜 보고 싶다 닛카리는 쓰긴 어려운 남사인데 좋아...

기왕이면 전 남사 한번씩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싶은데 소외되는 애들 없었으면 좋겠어 흑흑

 

 

(2017-05-2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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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나무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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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

재활용 혼마루(前) 2021. 6. 17. 08:25

 

(D&D 퀵다이스 앱 사용)

 

 

 

-견습사니와가 온 뒤로 카슈와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못했다고 해야 할까. 그 며칠간 나는 무의식중에서든 일부러였든 다른 남사들을 계속 근시로 두고 있었고 카슈는 카슈대로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평소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로 이쁘게 바른 네일아트를 자랑하러 오거나 별 일도 없으면서 괜히 토닥토닥 쓰다듬쓰다듬 해달라며 품을 파고들거나 하면서 매일 나랑 노닥거리곤 했는데. 역시 카슈도 나한테 화내고 있는 걸까. (홀-만나러 간다/짝-가지 않는다. 1D10-2)

사과하러 가고 싶지만, 나는 가장 처음 함께했던 카슈에게조차 그럴 염치가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조금만 덜 흔들리게 된 뒤에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조금만 다정함에 기대기로 했다. 비겁한 변명 같지만.

 

(남사 방문, 나키기츠네)

-대신 찾아온 남사는 평소에 그다지 말을 나눠보지 못했던 남사였다. 내가 직접 단도한 남사들 중 하나였다. 어째서 찾아온 걸까 생각해내는 것보다 남사의 어깨에 느긋하게 몸을 두르고 있는 여우가 입을 여는 게 더 빨랐다.

야아야아, 주공. 나키기츠네는 주공께서 몸이 안좋으신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사옵니다요.

나키기츠네는 말수가 적어도 항상 좋은 녀석이었다. 옛 혼마루에서도 여기서도. 그리 신경써주지 못했던 나를 주인이라고 이렇게 걱정해서 찾아와줄 정도로는 호인이다. 면포로 가리고 있는 얼굴 밑에는 내게도 나눠줄 정도의 배려가 드러나 있지 않을까.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나키기츠네에게 웃었다.

아니야, 평소랑 똑같은데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거짓말은 좋지 않사옵니다, 주공! 그렇게 죽은 사람 같은 눈을 하고 있으면 안된다고 나키기츠네가 그랬사옵니다!

표현이 직설적이구나, 나키기츠네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제법 죽은 사람같이 보이는 걸까. 죽어본 적은 없더라도. 뭐라고 말하려는 내 팔을 잡아끌어 일으켜서는 나키기츠네가 나를 데리고 방을 나간다. 곧바로 주방으로 가서는 접시 하나를 건네주었다. 모양이 낯설게도 비뚤배뚤했다.

고마워.

........먹어.

레어한 목소리를 들었다.

 

-유부초밥을 오물거리며 이왕 나온 김에 조금 더 힘을 내볼까 하고 생각했다. 혼마루에 별 일은 없는지 하루에 한 두번 정도는 돌아보곤 했는데, 요새는 많이 소홀해졌다. 서류는 다 작성해뒀고 그냥 놔둬도 하세베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한번 둘러볼까.

별 일은 없는 거 같아서 며칠 소홀했던 일들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도해와 연결, 출진명령.

그리고, 

언제나 이 곳에는 혼자 들어온다. 나를 올려다보는 도공에게 적당히 쌓인 자원의 양을 적어 건네주었다. 며칠동안은 단도를 하지 않았는데, 정리는 잘 되어 있고 먼지 하나 앉지 않은 깨끗한 공간. 아마도 내가 없는 동안 누군가가 들어와 청소를 하고 가는 것 같다. 사소하지만 상냥한 배려심을 느낀다.

(카센 단도 1~9 실패/0 성공  1D10-4)

(혼마루에 없는 새 칼이 홀-나온다/짝-안 나온다 1D10-3. 도종-타도)

(혼마루에 없는 타도 중 단도 가능한 칼은 소우자와 나가소네. 홀-소우자/짝 나가소네. 1D10-2)

 

-세 시간이라면 오늘도 원하는 도검은 아니었다. 지금 와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곘지만. 일단 완성되면 다시 오기로 했다. 

 

-놀라서 소리를 질렀더니 도검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우라시마가 울며 달려드는 바람에 나가소네는 자기 소개도 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져버렸다. 복잡한 표정을 지은 하치스카가 다른 도검들보다 한발짝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여기 와서 아프던 때는 나가소네를 정말 자랑스러운 자신의 친형이라고 말하던, 그리고 언젠가는 이제는 장난처럼 위작이라 미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게 됐던 하치스카는 정작 나가소네를 보고 아픈 자기 기억을 조금 되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옆에서 그저 지켜봤다. 둘의 눈은 마주쳤고, 하치스카는 흔들리는 눈빛을 감추듯 매몰차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평범한 코테츠 형제의 모습이 아닐까.

방으로 돌아가자 하치스카가 기다렸다는 듯 찾아왔다.

축하한다고 말해도 될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얼굴을 보는게 그리 불쾌하지는 않으니까. 코테츠의 이름을 칭하는 가짜라는 것은 여전히 기분나쁘지만.

그거, 보통 다른 혼마루의 하치스카들도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남은 건 형제싸움 정도려나.

하하.

살짝 메마른 목소리로 하치스카는 웃었다.

그의 방은 어떻게 할 셈이지.

당연히 형제 셋이서 한 방이지. 애초에 너랑 우라시마, 큰 방 쓰게 해뒀잖아? 다 오늘을 위해서라구.

....불쾌하다.

얼굴에는 진심이 나오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약간 남은 서류를 견습사니와랑 같이 정리했다. 견습사니와는 오늘도 혼자 와주었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이었다. 겁먹을지 몰라서 되도록 말을 걸지 않고 일을 하던 중, 매우 드물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혼마루에 새 도검이 오는 건, 어떤...기분인가요?

설명하기는...어렵네요. 낯선 도검보다는, 이미 본 도검들이 더 많아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견습에게 무엇을 설명해야 좋을까. 그냥 간단하게만 말하기로 했다.

저, 이 혼마루가 처음이 아니거든요.

아......

여러 혼마루를 전전하는 사니와는 제법 있지만 그 이유는 적어서, 아마 견습이라고 해도 대충은 이해할지 모른다.

그런거, 유언비어라고...

하하. 그렇게들 말하죠. 혹시라도 정말 그런 곳에 던져질 가능성이 있다면 아무도 사니와 같은 거 안 할 테니까.

거기까지 말하고서야 뒤늦게 실언을 깨달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서류일을 시작하는 견습사니와의 손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요즘은 거의 없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그, 런거...아니에요. 미안해요.

그 뒤로 작업이 끝날 때까지 말을 걸지 못했다. 서류를 내게 건네며 고개를 깊게 숙이고 그녀가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 장지에는 낯익은 그림자가 비쳤다. 아마 그녀를 데리러 온 모양이었다. 눈에 띌 때마다 하나씩, 마음에 조그만 가시를 박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전력확충이다...드랍남사 실장을 홀-시킨다/짝-안 시킨다. 1D10-7)

(모노요시는 있다...1~4 후도/5~8 아카시/9 둘 다/0 재판정  1D10-7)

다음에는 아카시가 온다 요캇따네 아이젠

 

-내용 없는데 짧고 개느림...ㅋ...ㅋㅋ

 

(2017-03-20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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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2)

재활용 혼마루(前) 2021. 6. 17. 08:25

-사채 혼마루에서 쪼금 낙서했을 때 미츠타다를 애칭으로 부른단 설정이 있었는데 까먹었었다...이제 넣는다. 비축본이 조금 생기면 사채에 가져갈까 말까 조금 고민하는데 부끄러워(mm

견습 사니와 설정을 많이 고민했다. 흔한 탈취꿈나무-이세계 주민-쿨싘한 합리주의자 등등...그러다가 생각해보니까 요우렌에겐 내가 써놓고도 맨날 잊는 강제 정신안정 기능이 있었기 때문에 활용해보기로 했다.

 

 

 

 

-틀어박혀 내 방에서 나오지 않은 3일동안 삼시세끼는 전부 고기반찬이었다. 견습 사니와가 온다고 기합이 들어있던 미츠타다의 작품인지, 아니면 내게 불만이 있는 초기조들의 작품인지 모르곘다. 매일 밥상을 가져다주던 하세베의 표정을 생각하면 후자일 것 같다. 그때마다 나는 슬쩍 근시를 밥상머리로 불러서 밥을 나눠먹곤 했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고기가 싫은 건 아니지만, 고기가 주 메뉴가 되어있는 밥상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술꾸러기들.

내일부터 견습의 연수과정을 제대로 시행하겠다는 말을 하고서야 밥상의 고기는 줄어들었다. 그다지, 고기 때문에 항복한 것은 아니었지만. 

 

-견습사니와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고개를 숙였다. 다른 도검들이 쓸데없는 말을 했는지 그녀는 일부러 카센을 방에 대기시켜두고 왔다고 했다. 할 말이 없다. 사과하는 나에게 대답하는 그녀의 말은 작고 가늘어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들었음에도 시선은 마주치지 않는다. 내가 말을 조금이라도 크게 하면 눈에 띄게 흠칫거리며 조금씩 떨기까지 한다. 이제는 내가 꽤 많이 떨쳐낸 것이 그녀를 통해 보인다.

건네받은 인적사항에는 분명 아무 문제 없다고 적혀 있었는데. 

 

-항상 이런 식이다. 약간의 착오가 있었다고 다시 보내진 서류를 읽었다. 견습 사니와는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현현하게 된 카센과는 왠지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지만, 그 외의 사람들과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내가 카센을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두고 왔다고 생각하니 한층 더 미안해졌다. 당연히 이런 경우 양보해야 하는 것은 내 쪽이다. 

그나저나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해도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쳐서 쓸 수 있다면 어떻게든 움직일 정도로만 고치면 된다는 그 지겨운 사고방식들. 견습사니와에게는 되도록 콘노스케를 통해 말을 전달하고, 카센을 통해 필요한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기로 했다. 

 

-무리하고 있지는 않니? 자, 간식.

고마워. 아, 나만 먹는건...아니지?

걱정하지 마, 견습 사니와 양에게도 주고 왔어.

미츠가 앉은뱅이 책상에 간식쟁반을 내려놓으면서 내 맞은편에 앉았다. 미츠는 내게 할 말이 있을 때마다 간식당번을 자처해 들어오곤 했다. 오늘의 간식은 단골 제과점의 롤케이크였다. 평소엔 두 조각이었는데, 같이 이야기하면서 먹으려고 자기 것까지 챙겨왔는지 네 조각이 이쁘게 접시에 놓여 있었다. 미츠를 어떻게 살살 구슬려서 한 조각을 더 먹어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미츠가 입을 열었다.

견습 사니와 양은 우리도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 네가 말하는 대로 모든 편의는 카센을 통해 보게 했지만,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당연하지. 애초에 업무를 배울 땐 나랑 마주쳐야 할테고, 언제나 방 안에 틀어박혀 있을 순 없으니 우리 애들이랑도 얼굴을 맞대게 돼. 그리고 그 사람이 정식으로 사니와가 된다면 정부의 관계자들과도 얼굴을 맞대게 되겠지.

거기까지는 생각해 뒀구나.

내가 미덥지 못했어?

미츠는 대답 대신 롤케이크에 포크를 찔렀다. 정곡을 찔렀겠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생각이지만. 그것도 또 걱정은 걱정이니까, 미츠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건방진 걱정이야, 내가 지금까지 몇 명이나 정신줄을 붙여줬는지 알아? 츠쿠모가미랑 사람은 다르겠지만, 아무튼 어떻게든 될 테니까. 

억지로 떠맡았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다. 미츠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아주 약간은 안도한 기색도 보였다. 괜히 얄미워보인다.

감히 주인을 두고 쓸데없는 걱정을 한 벌을 받아야겠네. 미츠 롤케익 한 개 압수.

살찌면 멋지지 않을 텐데.

시끄러워.

 

-기본적인 영력 사용법을 가르쳐줬다. 기본적인 도검의 현현은 이미 카센을 한 번 현현시켜봤을 테니 생략하고, 아마 사용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영력을 통한 치유나 방어, 정화를 가르쳤다. 가르치기 전에 꼭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먼저 사족을 달았지만 그녀는 뜻밖에도 가르쳐달라고 했다. 궁금했기에 살짝 물어봤다.

불필요할지도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해 나와 오래 있는 것이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조금이라도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고 뜻밖에도 제대로 된 답변이 돌아왔다. 의욕은 충만한 모양이었다. 

불필요한 덧붙임같지만, 그녀의 영력은 나보다 훨씬 더 높았다. 아마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결계 관련이나 공격 계열의 영력 사용법에도 적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연수시간을 제외하면 그녀와 얼굴을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나도 밖으로 잘 나가지 않고, 그녀도 정말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였다. 이런 경우를 위해서 따로 외딴 별채라도 하나 만들어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녀의 초기도는 그녀의 수발을 들고 있었기에 자주 바깥으로 나와 밥상을 받아 돌아가거나 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마주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에게서 얼굴을 가리고 돌아 도망치든 자리를 뜬 것도 아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녁에 이즈미노카미가 방에 들어왔다. 노사다가 불편하냐고 묻는 그에게 뭐라고 대답해줄지 조금 고민하는 동안 이즈미노카미는 혼자 뭘 오해했는지 우아하지 못하다고 혼날까봐 진땀을 빼고 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상호관계가 있는 사이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니와의 도검 사이에서도 적용되는 걸까. 

그런 바보같은 이유로 피하는거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즈미노카미가 보기엔 어느 쪽이든 같아보일지도 모른다.

 
-오사카성을 탐사하던 남사들이 아직 우리 혼마루에 없는 단도를 하나 가져왔기에 현현시켰다. 친근하게 품을 파고드는 단도한테 찔리는 건 아닌가 하고 긴장감없는 생각을 하면서, 생각과는 달리 팔을 단도의 등에 둘러 안아주었다. 품에 안기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고 들었지만, 마르고 딱딱한 품이니 한 번 정도 안아주고 나면 흥미를 잃겠지. 
아와타구치의 단도들이 매우 기뻐했다. 새 동료를 맞은 기념으로 오늘은 가볍게 연회를 열어주기로 했다. 그 와중에 고토가 이치 형은 아직이냐고 나를 갈구는 것이 조금 슬프다.

 

-견습 사니와와 카센에게 연회의 참석을 권하러 갔던 아이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예상대로였다.

축제인데 따돌리는거 같아서 왠지 찔리는걸. 

오오, 언제부터 타인을 그렇게 배려할 수 있는 인격도가 된 겁니까, 아이젠 쿠니토시 군.

기분나쁜 말투 쓰지 마, 주인. 그리고 나는 원래 주인 빼고 다 잘해준다고.

아무튼, 심부름 수고했어.

아이젠을 내보내고 나서 잠시 고민했다. 연회를 열 본채의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보일만한 빈 방이 있으니, 거기에라도 잠시 자리를 마련해볼까. 두 사람을 위한 주효를 마련해두고, 연회를 멀리서나마 보게 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그녀에게 겉옷을 벗어 덮어주며 준비해둔 방으로 데려가며,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배려에 감사한다고 말하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립고도 그리워서 나는 혼자 조금 늦게 연회장으로 갔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혼마루에 없는 도검

단도: 호쵸 토시로/후도 유키미츠/타이코가네 사다무네/극단도 없음

협차: 나마즈오 토시로

타도: 카센 카네사다/킷코 사다무네/센고 무라마사/소우자 사몬지/나가소네 코테츠

태도: 코기츠네마루/이치고히토후리/코우세츠 사몬지/아카시 쿠니유키/쥬즈마루 츠네츠구/오오덴타 미츠요/히게키리

대태도: 이시키리마루/호타루마루

창: 톤보키리/오테기네

치도: 이와토오시

 

트라우마로 아직 현현시키지 않은 도검과 평범하게 난민상태인 도검들이 섞여있다. 불쌍해서 비보랑 연대전은 클리어한 걸로 해주기로 했다...코가라스마루/우구이스마루/소하야노츠루기/오오카네히라는 얻은 걸로...

대체 후도는 언제 올 것인가 나 요즘 후도 너무 좋은데 이벤트로 풀어주면 요우렌네 혼마루에도 실장시켜줘야지 근데 언제(생략)

 

설정상 니혼고 이후 실장된 도검들에 대해선 트라우마가 없다.

 

(2017-03-0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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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1)

재활용 혼마루(前) 2021. 6. 17. 08:24

 

-견습이 온다는 말을 들었다. 공문을 읽던 내 손에서 하세베가 공문을 뺏아 읽더니 웃었다. 
이 혼마루에 와서 배울 것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확히 뭘 비웃는 건지 말해주면 좋겠는데, 근시님. 
아직도 연도가 최고에 도달한 남사가 카슈 키요미츠 하나밖에 없는 이 혼마루에 견습 사니와가 와서 주인의 무엇을 배워갈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

됐어, 내가 바보였지. 다른 혼마루 하세베가 부럽다.

저도 다른 혼마루의 사니와가 가끔 유능해 보입니다.

나는?

항상 유능하지 않아 보이지요.

나는 결국 하세베랑 같이 웃어버렸다. 나는 내 무능함을 알고, 그럼에도 받쳐주며 주명을 쫓지 않는 하세베를 좋아헀다. 다른 하세베들과 비교하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도 나를 앞에 두고 지금 주인은 그런 녀석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하세베가 편했다.

 

-견습이 온다는 소리는 금방 혼마루 안에 쫙 퍼져버렸다. 순수하게 두근거리는 남사들이 대다수, 불안해하는 남사들이 소수였다. 후자의 남사들은 내가 얼마나 미덥지 못한지를 알고, 동시에 자신들이 아직 얼마나 더 불안정함을 남겨두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 중 대표로 뽑혔는지 카슈가 원정을 마치자마자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안돼!

돼.

뭐가 안되는지부터 물어봐줘야지!

티격태격한 끝에 카슈가 그렇게나 견습을 싫어하는 이유를 털어놓았다. 그럴 줄 알았지만 역시 또 괴담처럼 퍼져 있는 혼마루 탈취에 대한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나는 카슈를 앉혀놓고 이 혼마루는 원래 용도와 약간 빗나간 용도로 사용되고 있고 다른 혼마루보다는 사니와의 역할이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잘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마인드로 상처받은 도검들이 보내져서 치유되는 곳이기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니와가 아니면 곤란하다고. 그럼에도 카슈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싫어.

그럴 리는 절대로 없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카슈는 넘어갈 거 같아?

절대 안 넘어가지, 당연히.

그러면 됐네. 우리 혼마루에서 연도가 가장 높은 건 카슈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 정말이지.

 

-하지만 역시 의아했다. 이 혼마루는 내가 카슈에게 설명했던 대로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엔 몰랐던 사실이지만 내 존재 자체가 불안정한 정신과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도검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나 트라우마를 조금씩이나마 잊어가고 평온을 찾을 수가 있다고. 그러니까 이 혼마루는 내가 아니면 별 의미가 없다. 견습이 와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탈취의 목적 같은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 혼마루엔 희귀한 도검이 많이 모여 있는 것도 아니고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라 아무 메리트가 없다. 마음 편하게 견습을 기다리기로 했다.

 

-견습이 오는 것은 3일 뒤. 미츠타다가 이상하게 의욕을 불태우고 있기에 물어보니 주인이 얕보이는 일이 없도록 성대하게 만찬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말리고 싶었지만 다른 도검들도 오히려 합세해서는 눈을 이글거리고 있었다.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면야 나는 뭐가 어찌됐든 좋은 노릇이다.

단도한 미츠타다와는 많이 친해졌다. 그 검은 옷자락과 장갑도, 금색의 척안도 옛날처럼 숨 막힐 듯 무섭지는 않다. 미츠타다는 내가 겪었던 일은 잘 모르지만 동소체에게 안 좋은 일을 당했다고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자기 일처럼 화내주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기에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 뒤로 친해진 것은 좋지만, 너무 나에게만 무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한다. 다른 도검들이 그걸 지적하기도 하고. 

 

-오늘도 하루 세 번의 단도를 했다. 아직도 나는 기다리고 있다.

중간점검을 하는 느낌으로 도첩을 펼쳐보았다. 아직도 비어있는 남사들의 목록이 많다. 다 갖춰지지 않은 도파는 아와타구치, 사몬지, 사다무네, 산죠, 라이, 카네사다, 미이케, 아오에, 무라마사, 코테츠 등등. 듬성듬성 비어있는 목록이 가끔은 얄밉다. 특히 카네사다.

 

-혼마루는 많이 북적북적해졌다.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도검들과 같이 지내고 있다. 나는 하루의 업무지시를 내린 뒤 남는 시간을 거의 대부분 내가 좋을 대로 보내고 있었다. 평소에는 맡은 도검을 돌봐주고 있지만 기쁘게도 최근에는 블랙 혼마루에서 구출된 도검이 없다고 한다. 여러가지로 기쁜 일이다. 어쩌면 견습 때문에 업무를 잠시 보류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견습을 마중나가러 현세로 가려고 했지만 도검들에게 만류당했다. 주인의 체면이 있으니 혼마루에 오는 걸 기다리는게 좋다느니 뭐라느니. 평소에 나를 얕잡아보는 하세베가 그렇게 말하면 아무 설득력도 없지 않을까. 담당자에게 견습이 길을 잃거나 하지 않도록 잘 봐달라고 말했다.

 

-방침이 변경되어 이제는 견습으로 업무를 배우는 사니와들에게도 미리 초기도가 지급되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애초에 견습으로 미리 일을 배워두는 게 중요하니까 초기도와의 관계를 다져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처음 생각해뒀던 방보다 조금 더 넓은 방을 주도록 했다.

 

-견습이 도착했다.

 

-견습을 교체해달라는 요청과 견습의 초기도 현현 금지 요청은 모두 거부당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택했던 농성은 3일만에 츠루마루에 의해 강제로 해제당했다. 견습 사니와가 아무것도 못하고 방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하며 츠루마루는 한심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겁쟁이로구나.

미안해.

내가 아니라 그 여자아이에게나 사과하는 게 어떠냐. 잔뜩 주눅들어서 방 밖으로도 안 나오고 있질 않느냐. 다행히 다른 녀석들이 친절히 대해주고야 있지만 그 아이는 애초에 네게 배우러 온 거야.

......

단도실을 열고 호기좋게 단도를 시작한 녀석이 이게 무슨 꼴인지 원. 매일 그렇게 와라 와라 노래를 부르던 카센 카네사다의 얼굴이 그렇게나 무섭더냐?

츠루마루.

아니면, 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부드럽게 웃는 카센 따위는 보고 싶지 않더냐?

 

-마음이 헤집혀 드러나는 순간은 견디기 힘들다.

 

 

(2017-02-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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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나무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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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나를 믿어주는게 먼저야. 그게 필요해."

변해버린 용모로 당당한 표정을 하고 돌아와서는 아이젠이 가장 먼저 웃으면서 꺼낸 감동적인 말이었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게 하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얏! 하고 터져나온 한심한 비명은 떠나기 전이나 돌아온 지금이나 똑같아서 살짝 안도했다. 무슨 짓이냐고 항의하는 녀석이었지만 내가 말하기도 전에 다른 남사들이 아이젠을 질책해서 내가 나설 부분이 없었다. 특히 거세게 비난하는 남사들은 대체로 단도들이었다. 이 혼마루에도 몇 명인가 수행을 떠날 만큼 연도를 쌓은 단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만큼은 이해하고도 남았다.

 

-다른 남사들이 머리를 맞대더니 자기들끼리 남사청문회를 열고선 아이젠에게 일주일 간식을 금지시켰다. 조금 안쓰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덕분에 나는 수행도구들을 남사들이 멋대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따로 창고에 두고 자물쇠를 건 뒤 주구까지 사서 단단히 결계를 쳐야 했고, 예정에도 없던 남사의 수행에 대해 보고서를 써 올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면담 한번 하지 않은 남사가 멋대로 뛰쳐나갔다고 하면 큰일이라서 근시와 온 머리를 짜내서 날조한 보고서였다. 뭐 결과가 문제없으면 만사형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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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나무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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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完)

재활용 혼마루(前) 2018. 11. 16. 12:01

※해당 연성은 도검난무의 2차 창작으로, 원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블랙혼마루 등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설정을 다수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묘사에 캐릭터 개악/헤이트 창작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폭력 및 고어요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사니와가 주인공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정갈한 얼굴을 조각조각 나눠놓은 거 같이 복잡하게 간 금을 보고 있어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제 와서 나는 당신을 미워하기에도, 측은히 여기기에도 벅찬 작은 그릇밖에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 입꼬리를 살짝 당기는 당신의 얼굴에서 자그맣고 불온한 마찰음과 함께 손톱 끝만큼 작은 조각이 떨어져내렸다. 아주 작게 난 구멍 뒤로는 검은색만이 보인다. 그 틈새를 바라보는 나의 눈길에 당신의 눈길이 얽혔다. 금색의 눈동자를 감싸고 있는, 얼굴에 난 틈새와도 같이 검디검은 색으로 물들어버린 흰자위.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린 당신이 내게 웃었다.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랐어. 만나러 와 줬구나.

처음 만났을 때도, 나를 토막낼 때도, 내 살로 만들었다는 교자를 먹일 때도, 지금도. 당신은 다정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분명, 당신을 미워하기에도 벅차지만, 그럼에도 온갖 감정이 흘러넘치는 것을 참았다.

나는 밋쨩을 꼭 만나야했어. 그래서 찾아온 거야.

 

-어째서니?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당신은 언제나처럼 상냥한 목소리로 묻고서 답을 기다렸다. 내게 내 맛을 물어보고 대답을 기다릴 때처럼 참을성있게, 다정하게. 나는 그 이유를 더듬어보았다. 수많은 상처를 받고 아픔을 받았는데도 왜 꼭 당신을 만나야 했는지. 아직도 채 편하게 대할 수 없는 몇 자루의 도검들 중에 왜 꼭 당신이어야 했는지.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 혼마루의 모두 중에 당신이 가장 나에게 자상했거든.

......

나는 그걸 부정하고 싶어서 왔어.

하하, 그렇구나. 그러면 말해보렴.

나는 할 말을 살짝 떠올려본 뒤에 말했다.

그건 가짜였어.

살짝 눈을 가늘게 뜨더니, 부스러져가는 쇳가루와 함께 당신은 웃었다.

정답이야. 내게서 받은 것 중에 너를 향한 호의는 하나도 없어. 그걸 이제야 입밖에 낼 수 있게 됐다니 바보구나.

......

네게서 듣는 감사인사는 너무도 바보같아서 항상 괴로웠단다.

 

-당신의 상냥함은 나에게는 닿지 않았어, 나를 위한 것이 아니잖아. 

모든 상냥함에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나 자신에게 들려줘야 했다. 그래야만 내가 지금 받는 호의를 순수히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당신에게서 받았던 것이 가짜라고 못을 박아두고 나서야 나는 내게 지금 주어지는 것이야말로 진짜라고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해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

그래, 고마워할 필요 없는 것이지. 그걸 알게 됐다면 이제 하나만 더 하면 완벽하겠네, 코우키.

당신이 부르는 내 이름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현현한 몸을 유지할 힘조차도 없이 부스러져가는 츠쿠모가미가 부르는 이름은 어떤 힘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태연히 나를 부르는 당신을 바라보고서 물었다. 그 하나가 무엇인지.

나를, 우리를 미워하는 것. 그걸로 편해질 수 있어.

......

그 미워하는 마음으로 내게 복수해보고 싶지 않니?

어떻게.

다른 사람의 혼마루라서 조금 문제될지도 모르지만, 나를 여기서 부숴버릴 수 있어. 네게는 그럴 힘도, 자격도 있지. 이렇게나 오염되고 부서져서 본령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더럽고 멋없어진 나를, 여기서 한 번 후려치는 정도로 그냥 쇳조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미워하는 것으로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내가 혼자 품고 있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잔뜩 흘러넘쳐버릴 정도로 많은 일을 당해야 했다. 아픈 것도 괴로운 것도 슬픈 것도 팔로 다 안고 있지 못할 정도로 한가득. 그래서 카슈를 만났을 때도, 오오쿠리카라를 만났을 때도, 츠루마루를 만났을 때도 매번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질질 흘리고 다니고 있었다. 그걸 누군가를 미워하는 걸로 버려버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미워하면서 남 탓을 하는 것은 편하고 쉬운 일이다. 

나는 그러지 않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

그 말이 하고 싶어서 온 거야, 밋쨩. 나는 밋쨩을, 미워하지 않아.

그러니.

미움받고 싶었지? 미움받아서 편해지고 싶은 거지?

내가 당신을 미워함으로 편해지고, 당신이 내게 미움받아서 편해지는 것도 선택지 중의 하나이고, 그게 나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조금 더 어렵고 불편한 길을 가보고 싶었다. 당신을 미워하지 않고 잊지 않고, 당신을 생각해도 괴로워지지 않을 때까지 나는 천천히 버텨보고 싶었다. 언젠가 내 기억이 다시 내게 날을 들이대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을 정도로 그 기억을 무디고 녹슬게 만들고 싶었다. 

 

-작고 날카로운 쇳조각들이 투둑거리면서 떨어졌다. 꽤나 많이 부서진 얼굴을 하고 그는 웃었다.

끝까지 바보같은 인간의 아이로구나.

응. 바보 맞을 걸.

그렇다면 마지막 부탁만은 들어주지 않겠니. 네게 도해되는 것은 이룰 수 없는 소원이기에 네게 부서지고 싶었다만. 그것도 어떻게 할 수 없다면....이기적인 부탁인 것은 알지만 마지막을 지켜봐주지 않겠니.

 

-밤이 되어서야 혼마루로 돌아왔다. 모두가 게이트 앞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웃어주고 싶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그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았다. 울지 않는 것이 고작인 나를 두 개, 네 개, 열여섯 개, 수십개의 팔이 둘러싸고 안아주었다. 그 혼마루에서 받아온 손 안의 작은 옥강조각을 꼭 감싸쥐고서 손바닥 안에 박힐만큼 꾹 쥐고서 버텼다. 말없는 따스한 포옹들은 결국 악문 이 밖으로 새어나온 짐승같은 목소리를 말없이 안아서 숨겨주었다.

 

-그대로 가장 큰 방으로 옮겨졌다. 언제 이불을 펴놓았는지 다들 거기에 나를 눕히고는 자기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각자 자리를 잡고 누웠다. 혼자있게 해달라고 말했지만 다들 말도 안된단 표정을 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모두에게 둘러싸여 큰 방 한 가운데에서 눈을 감아야 했다. 눈꺼풀 안쪽이 턱도 없이 뜨겁고 축축했다. 어둠과 뒤집어쓴 이불로 겨우 가리며 잠을 청하고 또 청해야했다. 

 

-집무실에 두고 있던 옥강조각을 단도실로 가져가서 수많은 옥강 사이에 던져두었다. 땡그랑. 작고 맑은 소리와 함께 그의 마지막 말이 들린 거 같았다.

바보같은건 여전하지만, 강해졌구나.

옥강조각은어디로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게 됐다. 그것이 좋다. 유품만이 늘어가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그 뒤로는 변함없는 시간이었다. 언제나처럼 가끔 어디선가 상처받고 들어오는 녀석이 있고, 이 곳보다 더 나을 곳으로 가는 녀석도 있다. 여기에 눌러앉아버리는 녀석들도 있다. 이 곳의 어디가 마음에 드는 걸까, 하고 항상 생각하면서 나는 가장 오래 눌러앉아있던 녀석들에게 괜찮다면 다른 곳으로 보내줄 수 있으니 나같은 녀석보다는 다른 주인을 섬기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혼났기에 그들에게는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을 꺼내지 않기로 했다.

 

-상처를 받았던 도검들이 천천히 나아져가면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들어온다.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사실 본래 그런 것이다. 

 

-도장에는 남사들이 데리고 온 여러 도검들의 이름이 적혔다. 그럼에도 그리 귀하지도 않은 평범한 희귀도의 두 자루의 이름이 적혀야 할 부분은 비어 있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내가 직접 데려와야 하는 것이다.

츠루마루는 이제 내게 단도를 권하지 않는다. 아마 언제가 됐든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지켜보고 있는 거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둘 다 요리를 잘 한다. 아마 하세베가 한층 편해질 것이다.

혼자 단도실에 들어가서 손에 잡히는 만큼 자원을 식신에게 쥐어주었다. 그걸 받아든 식신이 조금 있다가 세 시간 쯤 걸릴 거라고 쓴 나무패를 보여주었다.

그 정도의 시간을 걸려 만들어지는 도검남사는 많다. 하지만 누가 올 지 왠지 알 것 같았다.

세 시간 동안 나는 단도실 안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웃는 얼굴로 맞아주고 싶었는데, 아마 그는 당황했을 것이다. 그가 처음 현현되어 한 일은 보기 흉하게 울고 있는 인간 남자 사람을 달래주는 일이었으니까. 

덧붙여 겨우 그를 달래 데리고 나왔더니 다른 남사들이 흉흉한 시선으로 여차하면 발도하겠단 양 본체에 손을 대고 대체 사니와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고 캐물었던 것까지 더하면, 처음 현현된 그에게 여러가지로 미안한 일을 했다. 

츠루마루와 오오쿠리카라에게 그를 부탁했다. 그러고 보면 오오쿠리카라의 부탁은 이제서야 들어줄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고 싶은 친구였으니까 사이좋게 지내줬으면 좋겠다.

 

-주방으로 들어갔다. 낯설고 익숙한 뒷모습이 하세베랑 같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주방을 나왔다. 이제는 괜찮다.

방으로 돌아와 가만히 업무를 보고 있으니 그가 아침을 준비해왔다. 평범한 식단이었다. 고기감자조림을 뚫어지게 보고만 있어서 그랬는지 왜 먹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가져갔다. 맛있었다.

......평범하고 맛있는 아침식사였다.

 

-그는 아마도 또 당황했겠지. 주인은 울보구나, 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나는 그 뒤로 몇 번인가 더 단도를 시도했다. 때로는 적은 양의, 때로는 많은 양의 자원을 넣어 보았다. 여러 종류의 도검들이 단도되었다. 하지만 원하는 검은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리 드문 검이 아님에도.

지금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걸로 됐다. 그래도 나는 계속 검을 만들어보고, 아직 이 곳에 오지 않는 그를 기다릴 것이다. 다시 찾아오는 그를 다시 사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그에게 주지 못한 것을 지금 여기에서 주기 위해서이다. 비록 나를 지키고 사랑해준 그 카센 카네사다가 아니더라도, 새로 이 곳을 찾아오는 그에게.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괜찮다고 웃어주고 싶었다.

 

 

(사니와가 미츠타다를 만난 뒤 돌아오는 부분을 날려버려서 다시 썼지만 원래 내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ㅠㅠ 2년이나 지나서 가필수정하는 꼴이 돼버려서 죄송합니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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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혼마루(前) 2018. 11. 16. 12:00

※해당 연성은 도검난무의 2차 창작으로, 원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블랙혼마루 등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설정을 다수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묘사에 캐릭터 개악/헤이트 창작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폭력 및 고어요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사니와가 주인공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호오, 제법 무서운 물건을 가져왔구나.
그냥 톱이랑 망치야, 무섭고 자시고 할 게 어디있어?
그렇게 따지면 네가 자주 쓰던 드르륵거리는 칼도 그저 종이를 자르기 위한 것이 아니더냐.
이럴 때만 츠루마루는 정론을 취한다. 사실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기도 하지만, 아무튼 나를 아프게 하고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하는 모든 일은 그만둘 생각이었기에 톱이랑 망치가 내 손에 들려있더라도 그것이 나를 해칠 도구는 되지 않는다. 내가 대답없이 톱이랑 망치를 공구함에 넣고 있자니 츠루마루가 내려다보며 물었다.
아무튼, 그래서 이제 와서 이게 필요한 이유는 뭐냐?
단도실 문. 그때 판자대고 못질해놨잖아. 뜯으려니 공구가 아무것도 없는 바람에.
......
왜 그래, 갑자기.
이제 와서 왜 단도실 문을 열려는 거냐.
너야말로 왜 갑자기 약해지는데. 심으라고 모란까지 주문했던 주제에.
츠루마루는 한참 말이 없었다. 살짝 승리했다는 느낌이 든다. 바보 츠루마루. 나를 위해서 내가 빨리 극복하라고 그렇게나 열심히 닦달을 해놓고서 정작 내가 단도실을 열고 제대로 다른 사니와들처럼 행동하게 되고, 그러다가 카센을 현현시키는 게 두려운 거다. 당연히 그렇겠지, 이전에 나는 분명 그렇게 말했으니까. 바보, 그러게 정말로 무서운 건 물어보는 게 아닌데. 하지만 츠루마루답다. 그런 게 아마 용기겠지.
츠루마루는 계속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언제나 대담하고 활기차던 츠루마루답지 않게 조심스럽게.
아직도 카센이 네 맘 속에서는 가장 큰지 묻고 싶다만.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너희만큼 크지 않아, 괜찮아.
거짓말이지만 진심이다.

-너무 커져버려서 이제는 오히려 의식하지 않게 되고, 만약 의식하게 되더라도 두 팔로는 다 들어올릴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를테면 집 뒤에 있는 큰 산 같은 것이기에, 츠루마루가 원하는 것처럼 대답해주기가 힘든 것이다. 소중히 여기는 작은 보석함과, 정말로 좋아하는, 매일 바라보는 풍경 중에 뭐가 좋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그것이 타당한 비교는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작은 보석함 쪽을 택했다. 너무 소중해서 절대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작고 반짝이는 보석함을.

-단도실을 열기로 한 날은 출진도 원정도 없었다. 편하게 다녀오라고 했지만 다들 거부했고 나는 억지로 보내지 않았다. 내가 망치의 장도리 부분으로 단도실에 못박은 판자에서 못을 하나씩 뽑아내는 동안 다들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혼마루에 온지 얼마 되지 않는 지로타치는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의아해하면서 니혼고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역시 오랫동안 운동이랑 담을 쌓아서 그런지 힘이 빠진다. 도와주려고 나서는 남사들이 있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혼자서 하면 쉬엄쉬엄 하루나 이틀 정도 걸릴 것 같다. 긴 시간이다. 
역시 저희가...
아니야, 못박은 건 나니까.
그때는 영문도 모르는 남사들이랑 같이 판자를 대고 문에 못질을 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아는 남사들 앞에서 내 두려움을 벗겨내기로 했다.
결국 하루만에 다 끝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몇 번이나 망치를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평소보다 오른손이 잘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먼지가 가득 쌓인 단도실을 청소하는 데도 또 꼬박 하루가 걸렸다. 깨끗해진 단도실 한가운데서 오랫만에 보는 식신이 고개를 숙였다. 당장 단도할 생각은 없지만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타도를 만드는 자원량은 정해져있지 않지만 확률은 높다. 
태도를 만드는 자원량도 정해져있지 않다, 타도보다 확률은 낮다.
적어도 그 둘을 만드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된 내가 이상해지고 망가질 확률은 꽤 낮아졌겠지.

-카슈와 신사를 청소하러 갔다.
사실은 태워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어.
나는 주인이 왜 신사를 안 태울까 하는 생각을 했지.
이럴 때는 카슈랑 죽이 잘 맞는다. 문을 활짝 열고 먼지를 털어내고 구석구석 화려하게도 드리워진 거미집을 걷어내면서 나는 마스크 속에서 조그맣게 대답했다.
안 태웠으니까, 나중에 다른 애들이 오면 아쉬워하지 않을 거야. 타로타치나 이시키리마루나...신사랑 잘 맞는 애들 있잖아.
정말, 괜찮아?
안 괜찮아.
사람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괜찮아질 거야.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기로 했다. 그렇게 말하자 카슈는 왠지 아쉬운 얼굴로 웃었다.
우리만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주인이 그렇게 결정했다면 그게 맞을 거야.
너희가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니까.
알고 있어. 나도 츠루마루 씨도, 다 알아. 

-꿈 속의 혼마루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 않는다. 쌓여있던 눈이 온기에 다 녹고 꽃이 흐드러지게 핀 폐허 속에서 나는 사방을 더듬어 깨진 칼조각들을 찾아 벚나무 밑에서 모양새를 맞춰보았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들고 있었던 칼집을 그 옆에 놓았다.
꿈 속의 벚나무에는 이제 벚꽃이 핀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한가득. 모란꽃이 언제 피었냐는 듯 연분홍색의 작은 꽃잎이 시야를 메운다. 그 벚꽃 아래에서 무엇인가를 또 찾아야 한다는 기분에 나는 또 꽃 사이를 헤맸다. 수없이 핀 들꽃들과 몇 개 남지 않은 모란 꽃잎 사이에서 새까맣게 탄 한 자루의 도신을 발견했다. 불꽃처럼 녹아내린 금의 흔적. 나는 이 검을 알고 있었다.
그와의 이야기도, 끝을 향한다.

-몇 번인가 메일을 주고받으며 그 혼마루의 사니와와는 친해졌었다. 언제든 마음이 내키면 말해달라던 용건을 겨우 메일에 쓸 수 있었다.
생활감이 없는 정갈한 방, 금줄을 몇 겹이나 두르고 부적을 빽빽하게 방 전체에 붙이고 있는 방 안에서 나는 그와 단 둘이 앉아있었다. 인간의 모습은 겨우 만들어내고 있는지, 얼굴이나 손에 금이 한가득이다. 깨져가는 도자기 그릇과도 같았다. 
그는 웃었다.
오랫만이구나. 잘 지냈니?
여전히 다정한 목소리였다.
응, 밋쨩도 잘 지냈어?
나는 웃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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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혼마루(前) 2018. 11. 16. 11:59

※해당 연성은 도검난무의 2차 창작으로, 원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블랙혼마루 등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설정을 다수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묘사에 캐릭터 개악/헤이트 창작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폭력 및 고어요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사니와가 주인공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련을 보러 나갔다. 혼마루에 없는 남사들의 얼굴이 먼 발치로 보이는 것을 바라보곤 한다. 담당자의 배려로 상대 부대에 있는 도검들을 확인하고 고르고 있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익숙해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해서 피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천천히 기억 위로 현재를 덧칠해 나가기로 했다. 척추에 맞은 총알을 스스로 후벼파내야 했던 기억이나, 온 몸의 뼈가 부러지도록 맞았던 기억 같은 것을 가해자였던 얼굴들을 보면서 천천히 떠올려 보고 현재와 비교해, 부정하고 다시 저 뒤로 밀어 치운다. 나는 이제 고통받지 않는다. 내가 손을 내밀었던 만큼 손을 내밀어 지켜줄 사람들이 있다. 괜찮다. 괜찮을 거다.

마지막 연련이 끝나고 상대 부대와 인사하던 때 발치로 굴러오는 알알의 사탕이 있었다. 무심코 주워올리고 나니 조그만 아이가 허리를 숙이다가 떨어진 사탕을 줍고 있었다. 떨리는 손에 힘을 줘 감추며 다가가서 사탕을 건네주자 아이는 웃으면서 고마워, 하고 인사했다. 그리고는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큰 칼을 멘 채 먼저 돌아가는 동료들을 따라 뛰어갔다. 그 뒤 한참이나 떨리는 손을 근시인 고토에게 잡힌 채로 돌아갔다.


-주인, 내가 말하는 것도 뭐하다만 갑자기 서두르고 있는 것 같구나.

무슨 소리야. 단도실 좀 열라고 옆에서 귀에 딱지가 앉게 노래하던 건 누군데.

그건 동감이지만, 이건 츠루마루 씨 말이 맞아.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간단하게 설명했다. 츠루마루는 그 계집애 말 같은건 신경쓰지 말라고 화를 냈고, 카슈는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동감하는 눈치였다.

나도 안다. 굳이 전 혼마루의 도검들을 만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말했더니 더 화를 냈다.

그러면 왜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는 거냐.

츠루마루야말로, 내가 카센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었지?

다르잖느냐, 그거랑 이건.

다르지 않아.


-레어도가 높지 않은 도검이니만큼 연련에 동참해 관전하다 보면 결국은 눈에 띈다. 무섭지 않을 리가 없다. 나는 그 날 겨우 기절만은 하지 않았지만, 그 날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검은 옷만이 기억에 남았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꽃병을 깬 조각으로 스스로를 상처내고 있었다. 당연히 모두에게 야단맞았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좀 침울해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랫동안 상처입을 일이 없다 보니 영력이 많이 안정화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상처는 평소보다 더 빨리 나았다.


-미츠타다를 싫어하나?

오오쿠리카라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했다. 결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나는 네게 둘 중 하나를 만나게 해 달라고 말했었지. 그 때 너는 츠루마루를 데려와주었다. 그건 도피였나.

그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오오쿠리카라는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다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미안해할 일도 이해하려고 할 일도 아니야.

너의 검이라면 미안해하고 이해하는게 당연하겠지.

그거 말고, 어울릴 생각 없다고 평소처럼 말해주는게 차라리 안정되는데...

한참 침묵을 지키고 있던 오오쿠리카라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해 물었다. 나는 최대한 오오쿠리카라가 놀라지 않도록 자체심의를 거쳐 이야기해주었다. 다음날, 오오쿠리카라와 같이 밭일 당번을 맡았던 하카타가 빨리 방에서 나오라며 오오쿠리카라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갑자기 방에 틀어박혀 안나온다면서 투덜거리길래 대신 내가 하카타랑 같이 잡초를 뽑기로 했다. 좀 미안해져서였다.


-미츠타다는 그 혼마루에서 나에게 가장 상냥한 어조와 태도를 취하던 도검이었다. 물론 무슨 짓을 했느냐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그리고 카센을 빼앗겨 혼자였던 나는 나를 해치는 그 상냥함에조차 기댈 수밖에 없었다. 두려웠지만, 미워했던 적은 없었다. 그저 다정함이 그리워, 스스로를 해치는 의존이라는 것을 알며 그를 의지하고, 기대고, 상처를 받아들이고. 

그래서 그는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도검이기도 했다.


-다시 만나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다시 소유권을 이전해오는 문제라면 불가능하다고 담당자가 말해주었다. 이미 관리대상이 된 도검이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 사니와의 손에 돌아오는 일은 없다고 한다. 만나는 것은 가능하다고 은근히 돌려 말하는게, 담당자의 악취미가 또 도진 건지 아니면 이번엔 진짜 걱정해서 운만 띄워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시간은 충실히 흐른다. 현세에 나갔다가 겸사겸사 초콜릿을 한보따리 사와서 남사들에게 돌렸다. 카슈랑 츠루마루가 유독 기뻐했다. 그런 뜻으로 준 건 아니니까 오해 없었으면. 작은 초콜릿이 하나 남았길래 벽에 걸려있던 칼집 안에다 넣어보았다. 


-꼭 죽기 전에 신변정리하는 거 같...아야!

왜 극복하고 일어나려는 사람한테 그런 불길한 말을 하는 거야!

이번에는 하치스카도 우라시마 실드를 쳐주지 않았다.


-담당자가 바뀌었다. 이전 담당자의 행방에 대해서는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았고 알고 있던 연락처로도 연락은 되지 않으니까 알 수 없었다. 그냥 일전에 그녀가 했던 말로만 겨우 유추가 가능할 뿐이었다. 그 날은 왠지 조금 울적해졌다.

나는 그녀를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공적인 일이니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거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래도 거의 마지막쯤엔 어떻게든 그런 마음이 좀 누그러지고 살짝 우정 비슷한 걸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아마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일 거라고 했었지.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새 담당자는 좋은 사람이었다. 이 혼마루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인수인계받은 자료를 다 읽어보고 납득해준 모양이었다. 현재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시설들에 대해서는 그건 그것대로 납득해주고, 일부러 하지 않는 업무에 대해서는 납득하지 않아 주었다.

전 담당자와는 친했나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곳에서 잘 지내줬으면 해요.

그 말에 새 담당자는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다. 전 담당자와 의논했던 일 중 타 혼마루와의 교류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 당신이 맡은 혼마루랑 기본적으로는 같습니다. 그리고...전 담당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셨으니 이야기는 빠르네요, 권장하지는 않겠습니다.

역시 그런가요. 내가 괜찮다고 한다면?

말리지는...못하겠군요.


-우리 혼마루에도 대태도가 필요할 것 같아 남사들과 의논했고, 한 명을 데려오기로 했다. 다들 대태도가 없어도 괜찮다고 말렸지만 효율적인 전투에 대해서도 고려해보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남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이 언제든 옳기 때문에 열심히 남사들을 설득했다. 끝까지 가장 격렬하게 말리던 츠루마루와 카슈가 두 손을 들었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혹시 진짜 죽을 때가 다 된거 아니지? 주인이랑은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단 말야.

너의 평생에 기준을 둔다면 그건 무리가 아닐까...

그나저나 정말 왜 그러는 거냐. 서두르지 말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는데.

노력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인대.

누구한테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대답은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멋있게 보이는 것보단 어울려 보이고 싶다.

너희들의 주인이라는 자리에 어울려 보이고 싶고, 지금은 없는 내 첫 검에게 어울리는 주인으로 보이고 싶다.


-도검남사들은 말석일지언정 신이지만, 살아있는 몸을 가지고 있기에 완전한 신이라기에는 다소 열화된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콜중독 같이 정말로 생물이나 가질 법한 문제까지도 공유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로타치는 일단 빈 방에 따로 격리하고 본체를 뺏았다. 술을 허락해야 하는지 아닌지는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기로 했다. 술 같은거 싫다고 고개를 저으면서 울음까지 터뜨리면서도 곧바로 술이 없다고 떨리는 손으로 여기저기를 뒤지고 끄집어내면서 찾고 있는 모습이 보기 안타까웠다.

생각만큼 전 혼마루의 일은 기억나지 않았다. 


-모두 같이 모여 저녁을 먹다가 그냥 가볍게 여기서 쉴 만큼 쉬고, 여기에 더 있고 싶지 않아진 남사가 있다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을 꺼냈다.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하치스카가 입을 열었다.

상처는 나았고, 인간 모두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는 지금 주인을 믿는 것도 충분히 도박이었으니, 그런 도박을 여러번 할 만큼 누군가를 믿을 수 있는 상태도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주겠어?

다른 도검들도 비슷한 의견인 것 같았다. 더 좋은 혼마루로 갈 수 있다면 그게 더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건데, 그게 아직 다 낫지 않은 상처를 건드리는 발언이 될 수도 있었구나. 반성해야겠다.


-가지고 있던 본성번호에 연락을 넣었다. 

우연이란 이런 걸까. 그 혼마루의 사니와는 나를 전 혼마루에서 구해줬던 사니와였다. 내 용건에 대해서는 급할 것은 없고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몇 번이라도 고려해본 뒤에 말을 해주면그렇게 해주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 전에, 별도의 이유로 한 번 만나기로 했다. 약속장소에서 나와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사람은 키도 나보다 훨씬 작고, 어려보였다. 

사니와 카루메루(甲乙)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니와 요우렌입니다. 구해주신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아마 거기서 죽었다면 나는 이렇게 눈물나게 행복한 시간을 허락받지 못했겠지.

단말기로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


-칼에게 알콜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권하는 건 묘한 느낌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말야, 다 기억나거든, 마치 베어도 벤 거 같지 않은, 줄지어 선 단도들의 가는 목을 베는 느낌이 말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충혈된 눈으로 두리번거리면서 술을 찾고 있었다.

오빠야는 나쁜 애는 아닌거 같구나? 하지만 아무나 함부로 믿으면 안되는거, 알거든. 그 전 주인도 처음에는 착한 애였으니까 말야, 헤헤.

처음부터 믿을 필요 없어, 의심해도 상관없으니까 그냥 편하게 있어. 술은...지금은 조금 줄이는 게 좋겠네.

지로타치는 딱히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필요한 물건을 신청하는 날이 또 돌아왔다. 남사들이 말해준 물건을 리스트에 적은 뒤에 내게 필요한 것을 생각해보았다.

마지막 칸에 톱과 망치를 써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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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나무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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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혼마루(前) 2018. 11. 16. 11:56

※해당 연성은 도검난무의 2차 창작으로, 원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블랙혼마루 등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설정을 다수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묘사에 캐릭터 개악/헤이트 창작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폭력 및 고어요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사니와가 주인공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찍 이부자리를 펴고 눕는 것은 잠을 일찍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면증은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한참을 누워있다가 눈을 떠 확인하면 누운지 두 시간이 지나있을 때도 있다. 떠나버린 너에 대한 모든 기억은 의식을 지나칠 정도로 선명하게 만든다. 지친 표정 위로 녹아내리듯 상냥하게 웃던 너, 나를 안고 등을 토닥여주던 너, 잘린 내 팔을 주워들고 다시 붙을 때까지 말없이 환부를 맞춰주고 있던 너.
고통을 끝내고 싶지는 않냐면서 내 목에 맘에도 없는 칼날을 들이대다가 거두던 너.
너는 끝까지 나에게 그렇게 상냥했다. 마지막까지도 웃어 주었다.

-오늘 반찬은 입에 맞으십니까?
하세베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밥을 더 달라고 했더니 돌아온 반응이 저것이었다. 너무 많이는 못 먹으니까 조금만 더 달라고 했다. 별 이유는 없다, 그저 조금 더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식사 시간은 훨씬 오래 걸렸지만 남기지는 않았다. 고기도 조금 더 먹었다. 우라시마도 먹는데 내가 못 먹을 것도 없지.

-뭐든 한 번에 하려고 하면 당연히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잊기 위해서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카센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센에 대한 정리하지 못한 마음과 죄책감과 사랑과 다른 여러 가지.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덩어리가 그 곳에서 베이고 잘려가며 만들어진 형태가 지금의 나이다.
그러니까 나를 천천히 바꾸어나가면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노력해서 과거에 조금 덜 얽매이는 나를 만들어나가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쳐다보지만 말고 할 말이 있으면 해.
......
한참 침묵하고 있던 오오쿠리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 마디만을 남겼다.
시간이 많이 흘렀군, 네 죽은 고등어 같은 눈에서도 생기가 도는 걸 보니.
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겠다.

-방에 결계를 쳤다. 사실 내 결계래봤자 혼마루에 있는 남사라면 누구든지 종잇장처럼 찢고 들어올 수 있다. 그러지 않는 것은 그들이 나를 존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방에서 남은 도구를 몇 개 꺼내봤다. 자루에 피딱지가 엉겨붙은 조각칼이나 작은 집게, 재봉가위, 녹슨 커터칼 같은 것들. 보고 있으면 피부 밑이 뜨겁게 아픈 느낌이 든다. 망설임없이 찔러넣던 전이랑 다르게 그것들이 조금 멀게 느껴진다. 아픔이 삶에 달라붙어 있던 전이랑은 다르기에 그런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전처럼 자해를 도피의 수단으로 삼을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걸로 좋다. 도망치는 방법이 꼭 피를 흘리는 것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근시인 마에다를 불렀다. 피가 묻은 도구들을 보고 인상을 찡그리더니 마에다는 물었다.
어디에 쓰신 겁니까?
여기랑, 여기랑. 여기. 여기. 티는 안나지?
그런 걸 여쭙는 게 아닙니다. 몸은 괜찮으세요?
옛날보다는 조금 덜 경직된 어조였다. 앞에 놓아둔 물건들을 집어드는 마에다에게 이제는 다 나았고, 거의 쓰지 않는 물건이니 몰래 버려달라고 부탁했다.
지금은 쓰지 않으신다니 다행입니다만, 부디 이런 일을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안해. 이제는. 너희가 아팠던 것만큼 나도 아팠고, 그게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으니까.
아픔이 당연한 것일 리가 없다. 일부러 그게 당연한 거니까, 하면서 현재의 평온을 애써 부정할 필요도 없다. 마에다의 손에 들린 채 익숙한 도구들은 내 방을 떠나갔다. 이제는 기껏해야 이빨이나 손톱 정도밖에 없다. 벽에 걸린 카센의 칼집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제는 따라가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가져온 거니까. 
미안해. 그런 용도로는 이제 쓰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중에 만난다면 화내지 말아줘.

-주인님! 다녀왔어요!
모노요시가 기운차게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벚꽃잎을 하나 둘 날리고 있다. 모노요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공을 세우면 언제나 내게 자랑을 하러 오곤 했다.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과자를 쥐어주었다. 날리는 꽃잎이 더 늘어난 거 같다.
연도도 올랐어요, 이걸로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에요!
그러지 않아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고 기뻐지지만. 뭐, 검인 모노요시는 검으로서 싸우고 내게 공적을 가져다주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 충동적으로 모노요시의 머리를 다시, 이번에는 한참 쓰다듬어 보았다. 
고마워.
그 말 속의 의미는 어디까지 닿을까. 모노요시는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다가 웃었다.

-오래된 흉터들은 약간씩 희미해졌다. 아직도 몸 전체를 얼룩덜룩하게 만들고 있는 검붉은 자국들 중에 몇개는 제법 연해진 것도 있다. 바로 없어지지 않더라도 사라져간다면야. 그것만으로도 훨씬 나아져가고 있는 거겠지.

-그저 아프지 않은 지가 오래돼서 역치가 낮아진 게 아닐까요.
그럴지도.
그냥 무덤덤하게 대답하자 담당자는 웃었다.
인간으로서는 그게 정상이에요, 아무렇지 않게 배에 칼을 쑤시는 쪽이 훨씬 비정상인걸요. 지금까지야 코우쨩에겐 그게 정상이니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웬일로 제대로 된 말도 하는구나, 너.
실례네요. 코우쨩같이 재기불능으로 보이던 사람도 제대로 재활하고 있는데, 누구는 한번 잘못된 채로 끝까지 살아갈 줄 알았어요?
그건 그런가. 미안.
됐어요, 아. 그리고 나 사니와 복직할 거에요. 아마 코우쨩이 제대로 멀쩡하게 혼마루 꾸리고 나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죽으러 간다고 하는게 더 맞을 거에요. 내가 만든 블랙 혼마루로 갈 거니까. 아마 거기, 도검들이 나를 죽이고 나서야 다른 사니와가 들어갈 수 있을 거라서요.
갑자기, 왜?
자기가 지은 매듭은 자기밖에 못 푼다더라고요. 그냥 누가 꼴사납게 버둥거리는거 보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 싶어서. 벌써 사표도 냈고 반년 뒤엔 수리될 거에요.

-싫고 무서운 사람이지만, 헤어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게 선택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이거, 코우쨩의 옛 혼마루에 있던 도검남사 중 몇 체를 공양중인 신사...겸 혼마루에요. 나중에 연락해봐도 좋을지도.
뭐......?
나도 이거 고민했거든요, 코우쨩이 알게 되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을것 같긴 했지만, 사람이 폐인되는 꼴 보기는 싫어서 감춰뒀는데 지금은 괜찮겠죠. 나키기츠네랑 코우세츠 사몬지에게는 나쁜 감정이 없다고 했었죠?
나키기츠네는 나를 구해준 적이 있고, 코우세츠 사몬지는 혼마루 내에서 내가 당하는 일들에 대해 반대하며 나선 적이 있었다. 어느 쪽이든 나는 아마 그들을 만나면 반가워할 것이다.
아, 마지막 한 자루가 문제려나.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거 알죠...? 재액에 너무 오염된 도검을 그대로 도해하면 본령에까지 영향이 가는 거. 그래서 그런 도검들은 따로 정화과정을 거친 뒤 도해하게 돼요. 그런 도검이 하나...더 있어요, 거기에는.
나한테 웬만하면 다 말할 건데 못하는 거 보니까 내가 보고 싶어하지 않는 둘 중 하나겠네.
눈치 빨라졌네요.

-드디어 마주할 때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나를 잡고 놓지 않는 미련과 두려움 중, 전자와는 이미 마주보고 있다. 후자는 이제서야 나를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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