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3)

재활용 혼마루(前) 2021. 6. 17. 08:25

 

(D&D 퀵다이스 앱 사용)

 

 

 

-견습사니와가 온 뒤로 카슈와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못했다고 해야 할까. 그 며칠간 나는 무의식중에서든 일부러였든 다른 남사들을 계속 근시로 두고 있었고 카슈는 카슈대로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평소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로 이쁘게 바른 네일아트를 자랑하러 오거나 별 일도 없으면서 괜히 토닥토닥 쓰다듬쓰다듬 해달라며 품을 파고들거나 하면서 매일 나랑 노닥거리곤 했는데. 역시 카슈도 나한테 화내고 있는 걸까. (홀-만나러 간다/짝-가지 않는다. 1D10-2)

사과하러 가고 싶지만, 나는 가장 처음 함께했던 카슈에게조차 그럴 염치가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조금만 덜 흔들리게 된 뒤에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조금만 다정함에 기대기로 했다. 비겁한 변명 같지만.

 

(남사 방문, 나키기츠네)

-대신 찾아온 남사는 평소에 그다지 말을 나눠보지 못했던 남사였다. 내가 직접 단도한 남사들 중 하나였다. 어째서 찾아온 걸까 생각해내는 것보다 남사의 어깨에 느긋하게 몸을 두르고 있는 여우가 입을 여는 게 더 빨랐다.

야아야아, 주공. 나키기츠네는 주공께서 몸이 안좋으신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사옵니다요.

나키기츠네는 말수가 적어도 항상 좋은 녀석이었다. 옛 혼마루에서도 여기서도. 그리 신경써주지 못했던 나를 주인이라고 이렇게 걱정해서 찾아와줄 정도로는 호인이다. 면포로 가리고 있는 얼굴 밑에는 내게도 나눠줄 정도의 배려가 드러나 있지 않을까.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나키기츠네에게 웃었다.

아니야, 평소랑 똑같은데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거짓말은 좋지 않사옵니다, 주공! 그렇게 죽은 사람 같은 눈을 하고 있으면 안된다고 나키기츠네가 그랬사옵니다!

표현이 직설적이구나, 나키기츠네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제법 죽은 사람같이 보이는 걸까. 죽어본 적은 없더라도. 뭐라고 말하려는 내 팔을 잡아끌어 일으켜서는 나키기츠네가 나를 데리고 방을 나간다. 곧바로 주방으로 가서는 접시 하나를 건네주었다. 모양이 낯설게도 비뚤배뚤했다.

고마워.

........먹어.

레어한 목소리를 들었다.

 

-유부초밥을 오물거리며 이왕 나온 김에 조금 더 힘을 내볼까 하고 생각했다. 혼마루에 별 일은 없는지 하루에 한 두번 정도는 돌아보곤 했는데, 요새는 많이 소홀해졌다. 서류는 다 작성해뒀고 그냥 놔둬도 하세베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한번 둘러볼까.

별 일은 없는 거 같아서 며칠 소홀했던 일들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도해와 연결, 출진명령.

그리고, 

언제나 이 곳에는 혼자 들어온다. 나를 올려다보는 도공에게 적당히 쌓인 자원의 양을 적어 건네주었다. 며칠동안은 단도를 하지 않았는데, 정리는 잘 되어 있고 먼지 하나 앉지 않은 깨끗한 공간. 아마도 내가 없는 동안 누군가가 들어와 청소를 하고 가는 것 같다. 사소하지만 상냥한 배려심을 느낀다.

(카센 단도 1~9 실패/0 성공  1D10-4)

(혼마루에 없는 새 칼이 홀-나온다/짝-안 나온다 1D10-3. 도종-타도)

(혼마루에 없는 타도 중 단도 가능한 칼은 소우자와 나가소네. 홀-소우자/짝 나가소네. 1D10-2)

 

-세 시간이라면 오늘도 원하는 도검은 아니었다. 지금 와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곘지만. 일단 완성되면 다시 오기로 했다. 

 

-놀라서 소리를 질렀더니 도검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우라시마가 울며 달려드는 바람에 나가소네는 자기 소개도 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져버렸다. 복잡한 표정을 지은 하치스카가 다른 도검들보다 한발짝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여기 와서 아프던 때는 나가소네를 정말 자랑스러운 자신의 친형이라고 말하던, 그리고 언젠가는 이제는 장난처럼 위작이라 미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게 됐던 하치스카는 정작 나가소네를 보고 아픈 자기 기억을 조금 되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옆에서 그저 지켜봤다. 둘의 눈은 마주쳤고, 하치스카는 흔들리는 눈빛을 감추듯 매몰차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평범한 코테츠 형제의 모습이 아닐까.

방으로 돌아가자 하치스카가 기다렸다는 듯 찾아왔다.

축하한다고 말해도 될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얼굴을 보는게 그리 불쾌하지는 않으니까. 코테츠의 이름을 칭하는 가짜라는 것은 여전히 기분나쁘지만.

그거, 보통 다른 혼마루의 하치스카들도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남은 건 형제싸움 정도려나.

하하.

살짝 메마른 목소리로 하치스카는 웃었다.

그의 방은 어떻게 할 셈이지.

당연히 형제 셋이서 한 방이지. 애초에 너랑 우라시마, 큰 방 쓰게 해뒀잖아? 다 오늘을 위해서라구.

....불쾌하다.

얼굴에는 진심이 나오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약간 남은 서류를 견습사니와랑 같이 정리했다. 견습사니와는 오늘도 혼자 와주었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이었다. 겁먹을지 몰라서 되도록 말을 걸지 않고 일을 하던 중, 매우 드물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혼마루에 새 도검이 오는 건, 어떤...기분인가요?

설명하기는...어렵네요. 낯선 도검보다는, 이미 본 도검들이 더 많아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견습에게 무엇을 설명해야 좋을까. 그냥 간단하게만 말하기로 했다.

저, 이 혼마루가 처음이 아니거든요.

아......

여러 혼마루를 전전하는 사니와는 제법 있지만 그 이유는 적어서, 아마 견습이라고 해도 대충은 이해할지 모른다.

그런거, 유언비어라고...

하하. 그렇게들 말하죠. 혹시라도 정말 그런 곳에 던져질 가능성이 있다면 아무도 사니와 같은 거 안 할 테니까.

거기까지 말하고서야 뒤늦게 실언을 깨달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서류일을 시작하는 견습사니와의 손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요즘은 거의 없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그, 런거...아니에요. 미안해요.

그 뒤로 작업이 끝날 때까지 말을 걸지 못했다. 서류를 내게 건네며 고개를 깊게 숙이고 그녀가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 장지에는 낯익은 그림자가 비쳤다. 아마 그녀를 데리러 온 모양이었다. 눈에 띌 때마다 하나씩, 마음에 조그만 가시를 박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전력확충이다...드랍남사 실장을 홀-시킨다/짝-안 시킨다. 1D10-7)

(모노요시는 있다...1~4 후도/5~8 아카시/9 둘 다/0 재판정  1D10-7)

다음에는 아카시가 온다 요캇따네 아이젠

 

-내용 없는데 짧고 개느림...ㅋ...ㅋㅋ

 

(2017-03-20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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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나무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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