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나를 믿어주는게 먼저야. 그게 필요해."
변해버린 용모로 당당한 표정을 하고 돌아와서는 아이젠이 가장 먼저 웃으면서 꺼낸 감동적인 말이었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게 하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얏! 하고 터져나온 한심한 비명은 떠나기 전이나 돌아온 지금이나 똑같아서 살짝 안도했다. 무슨 짓이냐고 항의하는 녀석이었지만 내가 말하기도 전에 다른 남사들이 아이젠을 질책해서 내가 나설 부분이 없었다. 특히 거세게 비난하는 남사들은 대체로 단도들이었다. 이 혼마루에도 몇 명인가 수행을 떠날 만큼 연도를 쌓은 단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만큼은 이해하고도 남았다.
-다른 남사들이 머리를 맞대더니 자기들끼리 남사청문회를 열고선 아이젠에게 일주일 간식을 금지시켰다. 조금 안쓰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덕분에 나는 수행도구들을 남사들이 멋대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따로 창고에 두고 자물쇠를 건 뒤 주구까지 사서 단단히 결계를 쳐야 했고, 예정에도 없던 남사의 수행에 대해 보고서를 써 올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면담 한번 하지 않은 남사가 멋대로 뛰쳐나갔다고 하면 큰일이라서 근시와 온 머리를 짜내서 날조한 보고서였다. 뭐 결과가 문제없으면 만사형통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