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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혼마루(前) 2018. 11. 16. 11:48

※해당 연성은 도검난무의 2차 창작으로, 원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블랙혼마루 등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설정을 다수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묘사에 캐릭터 개악/헤이트 창작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폭력 및 고어요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사니와가 주인공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이다. 남사들이 이번에도 정부 공문을 가져다 읽더니 부대를 꾸리기 시작했다. 눈을 비비면서 정말 그거 할 거냐고 물어보자 카슈가 살짝 시선을 돌리며 저번에 금화를 다 썼거든...하고 중얼거렸다. 음, 확실히 어쩌면 필요해질 때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없어도 곤란하기는 하지만. 옆에서 모노요시가 기대감과 호기심이 가득한 밝은 얼굴로 말했다.
저 때문에 많이 고생하신거 같으니까, 저도 같이 출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주인님을 위해서 금화를 가득 가져올께요!
아니, 아직 연도 낮으니까 무리는 하지 말고. 도장은? 잘 챙겼어? 아...특상 도장이 부족하니까. 많이 만들어둬야지. 일단 이걸로 참아줘. 그리고 다들, 한명이라도 도장이 모두 부서지면 돌아와야 돼. 알았지?
다들 도장은 잘 챙겼는지 확인한 뒤에 오사카성에 보냈다. 초반엔 어렵지 않아 연도가 낮은 남사들이 단련하기 좋다고 하니까 뭐, 괜찮겠지.

-근시인 마에다가 지나가듯 말했다.
제 형제 중에는 재화 축적에 능한 아이가 있지요. 이럴때 주군의 곁에 있다면 도움이 될 텐데.
하카타 토시로 말이지? 음...그렇지만 지금은 얻을 수 없을 텐데.
그렇게 말하자 마에다는 있다면 좋겠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납득해 주었다. 어디선가 데려올수 있으려냐 하고 고민하고 있으니 꼭 훔쳐듣다가 타이밍이라도 재서 나타나는 것처럼 츠루마루가 들어와서는 공문을 내밀었다. 고토 토시로에 대한 공문에 이어 지금이라면 단도로 하카타를 얻을수 있다는 통지였다. 츠루마루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제법 많이 나아졌으니, 단도실을 열어도 좋지 않겠나?
나는 대답 대신 츠루마루를 슬쩍 노려봐주었다. 어쩐지 공문을 읽고 가장 신나보이는 눈치더라니, 미련을 참 못 떨치는 성격이다. 고개를 저어보이자 츠루마루는 한숨을 쉬었다.
단도도 사니와의 소양이자 할 일이 아니냐고 묻고 싶은 참이다만.
기각. 절대 안열어!
의지박약인 주제에 고집만 센 녀석 같으니라고.
누가 할 소린데, 고집불통 영감탱이.
정수리에 꿀밤이 떨어졌다.

-단도실을 열지 않고 츠루마루의 요구를 들어주는 법이 있긴 하다. 혼마루에 '두 번째' 카센을 데려오면 된다. 하지만 저 바보는 왜 그게 안되는지까지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카센을 다시 만났을 때 손에 든 모든 것을 내던지고 두 손으로 카센을 끌어안을 게 분명하다. 내던져지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그리고 나는 내던지고 싶지도 않다고.
단도로 어떤 검이 나올지는 모른다. 자원의 양을 조절하면 어느 정도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도검을 피할 수도 있을 테지만, 확률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직 약한 나는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깎일지도 모르고, 의지를 잃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싫다. 못박은 나무판은 그래서 절대로 뜯어내서는 안된다.

-요즘은 리스트를 받는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바깥에서는 블랙혼마루 발각 빈도가 낮아지는 모양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정 연도에 이른 도검들을 강화시켰다. 연련은 도해보다는 정신을 덜 소모시킨다. 히라노와 아이젠을 강화시켰다. 모노요시가 부러운 표정을 짓고 있길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조금만 더 하면 괜찮다고 격려를 시도해보았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거겠지. 자신은 없지만. 모노요시는 나를 유독 잘 따른다. 처음부터 나를 잘 따르고 호의적이던 도검이 많지는 않아서 얼떨떨하다. 다른 애들처럼 잘 해주면 될까.

-카슈가 특상 투석병을 깨뜨렸다고 미안해하고 있었다. 그런걸로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울적해하는 카슈한테 새 도장을 쥐어주어도 기분이 바로 풀린거 같지 않길래 비장의 무기를 꺼내보았다. 비싸서 몇개 못사줬던 폴리쉬였다. 살짝 얼굴이 펴는가 싶더니 발라달라고 기대왔다. 갑자기 웬 애교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카슈를 앉혀놓고 손을 보았다. 싸우는 도중에 까진 네일이 보였다. 아세톤을 묻힌 화장솜으로 지워내는 동안 카슈가 슬쩍 입을 열었다. 시선은 다른 쪽으로 향한 채로.
나, 아직도 여기서 제일 귀여워?
무슨 소리를, 당연한 거잖아.
즉답이 튀어나왔다. 본심은 원래 말을 꾸며내는 것보다 빠르게 튀어나온다. 그걸 아는지 카슈는 웃었다.
모노요시보다?
카슈보다 늦게 들어온 애한테 질투하면 안돼, 그리고 카슈는 명예 초기도니까.
네일은 오늘따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여기저기 튀어나왔지만 그대로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지하 100층까지 탐색하고 나면 정부에서 소소한 선물을 준다고 합니다. 이렇게 생긴 물건이라고 하네요.
와...정말 별로 안 갖고 싶게 생겼다.
나는 분명 그렇게 말했는데도 남사들은 이왕 50층까지 내려가는거 100층까지 못갈 것도 없지 않느냐고 들떠서는 자기들끼리 떠들어대고 있었다. 어떻게 말려볼까 고민하다가 그 때부터는 적이 강해진다고 하니 너희도 다쳐 돌아올게 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피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하자 남사들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었다. 토론이 어떻게 끝날지는 뻔한 일이어서 나는 그냥 서류정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은 더 뻔뻔해져서, 내 민감한 부분을 가지고 마음을 살짝 흔드는 데까지는 문제없이 할 수 있었다. 고민이 끝났는지 미카즈키가 시원스러운 얼굴로 그러면 그만두도록 하자꾸나. 라며 웃었다. 생각대로였다. 아, 그 현수막이 갖고 싶지 않은 것도 진심이다.

-고토 토시로를 입수하는 건 모노요시 때보다는 훨씬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단도 치고는 약간 키가 큰, 활발하고 솔직한 아이였다. 마에다와 히라노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가더니 형제들을 꼭 안고 등을 팡팡 두드려주는 것이 귀여웠다. 신참에 속하는 고토와 모노요시에게 혼마루에서 지낼때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주는 일은 카슈와 츠루마루가 맡기로 했다. 마에다와 히라노의 표정은 크게 밝아지지는 않았다. 나중에 슬쩍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불합리하고, 음습하고 어두운 감정이다. 인간이 한가득 가지고 있는 감정을 신이 가지지 못할 리도 없는 일이고, 인간의 감정이 옮겨붙은 사물의 신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마에다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울적한 얼굴로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었다. 히라노가 그런 마에다를 달래면서도 내 눈치를 보길래 나는 너희를 비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왜 나만 괴로웠는지, 왜 너는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했는지 같은 감정은 누구라도 가질 수 있다고. 그러니까 같이 입을 다물고 없애나가자고 말했다. 마에다는 고토의 웃는 얼굴을, 아직 마주 웃으며 대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같은 도파의 검을 이런 식으로 데려와서 둔 적이 없었기에 나는 고토에게 얼마만큼의 주의사항을 줘야 할지 고민했다.

-너무 쓰면 물을 타면 그만이다. 그걸 나보다 더 잘 아는 카슈랑 츠루마루가 적당히 고토에게 에둘러 설명한 모양이었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내 동생들을 괴롭히는 놈들은 가만히 둘 수 없다고 화내는 고토를 보고 나는 왠지 마에다와 히라노가 부러워졌다. 다만 너무 화내지 않아줬으면 했다. 여기에는 타인의 격한 감정에 평범하게 반응할 수 있는 녀석들보단 그렇지 않은 녀석들이 많았으니까.뜻밖에 다행스럽게도 그런 고토의 고삐 역할을 해준 것이 모노요시였다. 아는 사이였는지 친하게 다니던 둘이었는데, 고토가 조금씩 얌전해지는 걸 보면 그나마 조금은 더 먼저 이 혼마루에 와서 익숙해진 모노요시가 고토가 실수하지 않게 보살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종류의 행운이었나...! 조금 감탄했다. 그리고 옛날의 내 생각을 정정했다. 비뚤어지지 않은 애들이라도, 여기 와서 제대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곳도, 이곳을 이루고 있는 모두도 이제 그렇게까지 이상한 건 아닐 거다.

-아이젠이 츠루마루랑 같이 장난을 치다가 하세베에게 혼났다. 뭔지 몰라도 축제 비스무레한 걸 하고 싶었던 모양이라 하세베에게 너무 화내지 말라고 슬쩍 찔렀다.

-하하하, 마음에 달린 일이니라.
마음?
그러하지. 내가 왔을 때도 이 혼마루는 나보다 훨씬 밝은 곳이었다만, 지금은 그보다 조금 더 밝아져 있으니.
그렇게 봐주면야 다행이지만.
이 혼마루에 상당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느냐? 솔직하지 못한 아이도 귀엽기는 하지만, 알기는 어렵구나.
천하오검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어르신은 그냥 단 거라도 먹여서 입을 못 열게 해두는게 좋지 않을까. 가끔 예리하다.

-사랑받아도 될까,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누구든, 언제든 사랑받고 싶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거기서 예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 것은 알고 있으니까, 사랑받지 못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원래 밝은 성격을 가진 남사들이 모여서 떠들썩하게 노는 것을 부러운 듯 보던 마에다와 히라노가 어느새 고토에게 끌려서 같이 놀이를 하는 것을 봤다. 공을 가지고 싶대서 전에 주문했더니 신나게 차고 놀고 있었다. 나는 옛날부터 운동신경이 별로였으니 남사들 사이에 끼어 놀다가는 분명 좋은 꼴은 못볼거 같아서 마루에 앉아 심판을 해주기로 했다.요즘은 우라시마가 저기 끼여서 심심해졌다고 말하며 하치스카가 차랑 과자를 담은 쟁반을 가져와 옆에 놓고 앉았다. 같이 차를 마셨다. 문득 궁금한 것이 떠올라 물었다. 나가소네를 정말로 좋은 형으로 생각하고 있느냐고. 하치스카는 약간 씁쓸하게 웃으며 원래의 나라면 분명, 그렇게 말하지 않을 거라는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코테츠의 이름을 사칭하는 위작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자신이 전 주인에게 고통받고 있을 때 끝까지 구해주려 했던 것 또한 나가소네이고 그것은 형제애가 동반되어 있었을 거라고 말하면서 하치스카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것까지는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마 나가소네가 온다면 형도 뭣도 아니라고, 의례적인 말은 해버릴지도.
그렇게 농담처럼 말하는 하치스카를 보고 머쓱해하던 내게 시시오가 달려와서 지금 몇점이었냐고 묻다가 제대로 심판도 안보고 뭐했느냐고 나를 혼냈다.
누구나 어떤 방법으로든 조금씩 나아져간다.

-간만에 꺼내본 큰 커터칼이 녹슬어 있었다. 새것을 주문할까 하다가 조금 고민했다. 필요없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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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대나무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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