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하세베의 시점
-주인이 방에 있는 동안 주인이 데려온 두 도검을 돌봤다. 마에다 토시로의 피에 잔뜩 젖은 왼쪽 소매에도, 히라노 토시로의 갈기갈기 찢어진 오른쪽 소매에도 이제 제대로 멀쩡한 팔이 있다. 하지만 몸이 멀쩡하다고 마음까지 바로 아무일 없단 듯 고쳐질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 주인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다른 혼마루의 검들과 같았을 것이다. 병든 마음이 다시 맑게 개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마에다 토시로와 히라노 토시로에게 이 혼마루가 어떤 곳인지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다른 도검들을 소개했다. 사니와에 대해 묻기에 얼버무렸다. 평소에는 당사자에게 직접 말해대긴 하지만 그렇다고 주인을 아픈 사람이라고 제삼자에게 소개하기는 힘들다.
-히라노 토시로가 자해했다. 팔뚝 반까지 들어간 본체를 빼앗고 수리실에 데려가 수리했다. 착란을 일으킨 히라노 토시로는 팔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그렇게 말했다. 두 단도의 전주인은 쌍둥이처럼 닮았으니 이런것도 해볼만하지 않느냐고 둘의 몸을 이어붙이려고 했던거 같다. 상대적으로 상태가 나아 경위를 설명하는 마에다 토시로도 오한이라도 온듯 덜덜 떨고 있었다.
주인에게도,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피냄새가 나는 이야기. 그러고 보면 주인도 아마 방에서 떨고 계실 것이다. 조금 있다가 다른 도검에게 보러 가달라고 부탁해야겠다. 마에다 토시로를 달래면서 당분간 히라노 토시로의 본체를 맡아두고 다른 도검이 붙어 지켜보겠다고 약속했다.
-조금만 과거가 떠올라도 약속처럼 무너지는 주인이다. 카슈 키요미츠에게 목욕을 시켜드리고 새옷을 입히도록 시켰다.
-주인이 방에 칩거한 동안에도 혼마루는 평소와 다를바가 없다. 우리들이 하던 대로 대원과 대장을 정해 출진을 나가고 원정을 나간다. 요즘은 두세명은 남아서 아직 도움이 필요한 도검을 돌보곤 한다. 오늘은 출진을 쉬고 원정인원을 늘렸다. 남은 도검들은 단도들을 돌보고, 오늘의 근시인 나는 주인을 돌본다. 멀쩡한척 하시는 얼굴이 밉살스럽다. 아침식사로 가져간 쇠고기죽을 보고 약간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으셨다. 어제 흘리신 피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주인께서 스스로 몸을 해하실 때마다 고기로 음식을 만드는 것은 나의 사소한 심술이고, 반항이다.
-밭일 당번들이 고구마를 가져왔다.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손끝에서 군데군데 피가 배어나오는 것도 아랑곳않고 흐뭇한 얼굴로 겉옷 후드에 담긴 밤을 보여주었다. 같이 나눠먹고, 밤은 삶아서 주인께 드리는게 어떠냐고 제안하자 반대하는 도검이 없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삶은 밤을 가지고 가서 까 드리면서 직언을 했다. 아직 히라노 토시로가 무섭다고 하셨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그때는 밖에 나가서 직접 무서워하는 기색없이 인사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시는 주인의 손끝은 마에다 토시로가 그러듯 떨리고 있었다.
-주인이 계시던 혼마루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아는 도검은 없다. 그나마 카슈 키요미츠와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조금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둘은 유독 주인을 아끼고 보필한다. 물론 그건 주인을 모시는 우리들 도검남사로서 당연한 자세이지만.
주인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아니라면, 주인을 모시기 위해서는 불충을 각오하고 여쭈어 보는 것이 나을까.
-얼버무리셨다. 너희와 비슷한 일이라고만 말했고, 너희가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주인은, 그 혼마루의 다른 나에게 무슨 일을 당하신 것일까.
-주인이 며칠 뒤 방을 나섰다. 마에다 토시로와 히라노 토시로와는 첫만남이었다. 많이 안정되어 있는 쌍방이니 온화한 만남일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뿐이었다. 배를 찔리셨으나 상처는 깊지 않았다. 나는 마에다 토시로를 잡아 눌러 제압하며 그가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후회했다. 배를 꾹 누른채 무너져 웅크린 주인을 안채로 모셨다. 치료라고 해도 치유력이 있으니 일단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붕대를 감아두는 정도가 전부다. 상처를 꿰매는 것은 오히려 나중에 실을 빼는 게 귀찮다며 만류하시는 주인을 보고 머리를 조아려 사죄드렸다. 주인은 오히려 웃으며 나를 힘없는 팔로 일으켰다. 칼침 한두번 맞는줄 아느냐고 태연하게 말하다가도 배가 아픈지 인상을 찡그리시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상처가 나은 뒤 주인께서는 마에다 토시로의 현현을 푼 뒤 형제의 실책을 사색으로 사죄하는 히라노 토시로를 달래셨다. 마에다는 아직 놀랐으니까, 조금만 쉬게 두자. 그 동안 너도 편하게 있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며 히라노 토시로에게 최대한 웃어보이시면서도 손은 대지 않는다. 그들이 인간의 손길을 싫어할 거라는 걸 알고 그러신 거겠지.
-며칠간 다시 방에서 정양하시도록 했다. 밭일 담당중 하나가 돌보고 있던 아이젠 쿠니토시가 오늘은 웬일인지 같이 밭일을 하러 갔다. 돌아오더니 조그맣고 상한곳 없는 고구마를 쥐고 주인의 방을 찾아와선 주인에게 고구마를 쥐어주었다. 주인은 웃으면서 아이젠 쿠니토시를 안고 등을 토닥여주셨다.
-조그만 일이 있더라도, 혼마루는 평온하고 조용하다. 그것은 아마 주인이 이 혼마루의 사니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주인의 주명을 받들어 모시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15)
-마에다를 다시 현현시켰다. 공격받지는 않았다. 만약 다시 공격을 해왔더라도 옆에 서있던 카슈가 막아줬겠지만. 주인으로 모시거나 명령을 들어주지 않아도 되니까 히라노 옆에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대청소를 하는 날이다. 모두 넓은 혼마루를 하루종일 청소하고 지쳐있는 동안 오늘의 식사당번들이 준비한 점심을 같이 먹었다. 마에다와 히라노는 어색해한다. 도검은 밥 따위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을 나는 같이 먹고 싶다고 되받아 말했다. 그리 맛있지 않더라도, 먹어줬으면 좋겠어. 그건 저에 대한 질책이십니까. 하세베에게 슬쩍 장난을 걸 겸 말해보았다. 마에다가 머뭇거리는 동안 히라노가 앞에 놓인 젓가락을 들었다. 천천히 밥을 입으로 가져가서 한 알씩 씹기라도 하듯 정말로 천천히 턱을 움직였다. 모두들 조용히 밥그릇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옆의 동작에 이끌리듯 이어서 마에다가 식사를 시작했다. 우는 것은 모른척 해주는게 예의다. 식사가 끝나고 마에다와 히라노를 욕실에 데려가서 세수를 시켰다. 정확히는 물을 보고 멈칫하길래 그냥 수건을 물에 적셔 얼굴을 닦아준 거 뿐이지만. 코도 풀어줘야 할까 조금 고민했지만 사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도검들이니까 너무 어린애 취급을 하면 안될 것같기도 하고.
-아이젠이 방에 들어오더니 슬쩍 내게 다가와선 내가 덮고 있던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조금 있다가 시시오가 문을 활짝 열어젖히더니 아이젠을 못봤느냐고 물었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서 못봤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참 뒤에야 아이젠이 고개를 내밀고는 살짝 웃었다. 이 정도가 지금은 좋다. 앞으로는 조금 더 많이 웃어줬으면 좋겠다. 아이젠 쿠니토시라는 도검남사는 언제나 기운차게, 웃으면서 신나게 뛰어다녀 줬으면 한다.
-이제는 완전히 혼마루의 일원이 되어 미카즈키의 애니멀테라피 담당을 맡고 있던 콘노스케가 갑자기 자신의 사명을 깨달았는지 정부의 공문을 가져왔다. 읽어봐도 딱히 뭔가 끌리지도 않고 해서 그냥 책상 한쪽에 뒀다. 지금 있는 도검들로 충분하다 못해 남아도는데.
-요즘은 또 할일이 없다. 다들 이젠 케비이시가 나올 만한 장소도 알고, 어떻게 대비해야 되는지도 대충 알아서 그런지 내가 출진이나 원정 계획을 짜줄 필요는 없고 편히 쉬라고 한다. 1부대가 출진나가는 동안 나는 혼마루에 남은 도검들이랑 같이 집안일을 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꼭 평범한 가정집 같은 기분이 든다.
-1부대는 상처 하나 없이 돌아왔다. 그런데도 어딘지 지쳐보였다. 너무 혹사시켰나 미안해져서 저녁은 고기 위주로 준비하기로 했다. 후식으로 과일도 한가득 준비해 남사들이랑 같이 먹었다.
-카슈랑 츠루마루랑 하세베가 수상하다. 나만 보면 괜시리 웃으면서 말을 돌린다. 그리고 자꾸 자기들끼리 속닥거린다.
저 둘은 몰라도 카슈까지 그러다니 너무해, 벌써 그런 나이야? 이 사니와는 슬프단 말야.
뭐라고 하는 거야, 주인보다 내가 나이는 훨씬 더 많다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나한테 비밀을 만들어? 우리 이런 사이였어?
카슈가 멈칫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드라마 대사를 생각해내서 읊어보면 될 것 같았는데 카슈는 아깝게도 미안하다면서 도망가버렸다.
-미카즈키가 어디서 났는지 부적을 쥐어주며 위험한 곳으로 가게 될때 네가 잃고 싶지 않은 남사에게 쥐어주라고 말했다.
-원정을 나간 남사들이 커다란 도시락을 들고 왔다. 모두가 같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부적이고 도시락이고, 원정으로 손에 들어오는 건 아니다. 대체 뭘 하는 거지.
-이불을 널러 가던 츠루마루가 넘어졌다. 다행히 혹만 조금 난 정도였길래 일을 도와주고 누워서 쉬게 시켰다. 왜 넘어졌냐니까 그냥 미끄러졌다고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역시 뭔가 신경쓰이는 일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 같다.
-츠루마루가 넘어진 자리에서 옥색 구슬을 하나 주웠다. 혹시나 해서 방으로 돌아와보니 공문이 없었다. 남사들을 소집했다.
-그 공문 말인데, 굳이 의무는 아니야. 내가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 정부에서 질책이 내려올까 걱정해서 구슬을 모은 거라면 굳이 그러지는 않아도 돼.
응? 그런건 관심없는데. 혼나는 건 주인이지 우리가 아니고, 정부에서 주인한테 그럭저럭 잘해주는 것도 알아.
뭐? 아, 아니, 딱히 정부에서 나한테 잘해주는건 없는데. 그보다 그러면 왜 구슬을 모았어?
공문을 읽었다. 모노요시 사다무네를 입수할 수 있다고 하더군.
응. 그치만 관심없어서...혹시 오오쿠리카라, 타이코가네 사다무네 말고 그 모노요시도 아는 사이였어?
하하하, 무슨 잠꼬대를 하는게냐. 나도 쿠리카라도 그 아이랑은 면식이 없어. 우리는 그저 네게 작은 선물을, 놀라움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모노요시? 그러니까 굳이 새 도검을 데려오지 않아도 괜찮...
그 모노요시라는 아이는 너도 아직 만난 적이 없다 하더구나, 그러하더냐?
그건 그렇지만.
하하하. 그러니 어찌 좋지 않으냐. 네게 칼을 댄 적이 없고, 네게 재앙을 준 적이 없는 도검이 올 수 있는 기회인데.
맞아맞아. 그러면 주인은 덜 무섭지 않을까?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하세베가 웃으면서 말했다.
풍문에 따르면 모노요시 사다무네는 행운이 따르는 도검이라 합니다. 그 행운이 이 곳에 있다면 주인께도 경사스러운 일이 있지 않을까요.
-나쁜놈들. 단체로 사람 눈물샘을 박살내고 있다.
-구슬을 모으면서 좋은 것은 다쳐서 돌아오는 남사들을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정신적인 소모는 있는 모양인지 구슬을 한가득 갖고 돌아온 남사들은 지친 표정이다. 웃고 있지만. 처음에 독화살 때문에 제대로 활약도 못하고 빠져야 했다고 혼마루 내 최고 연도의 위엄을 자랑하는 초기도가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태도나 나기나타가 있으면 더 편할 텐데.
네게 무리가 안된다면 그때나 데려오지 그래. 우리는 상관없으니까.
음...이시키리마루랑 호타루마루는 아직 보기 힘들고. 지로타치도 조금 무섭고. 그나마 가장 양호한게 타로타치 정도겠네. 한번 정부에 물어볼까?
배에 칼침맞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도검을 받아오려는 거지. 그렇게나 죽고 싶나.
쉿.
혹시라도 저쪽에서 히라노와 같이 기록을 정리하던 마에다가 들을까 놀라서 바로 오오쿠리카라를 말렸다. 그도 자기가 실언을 했구나 싶어서 바로 입을 다물고는 두 단도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고 있는걸 조심스레 확인했다. 다행히 둘 다 듣지 못한거 같다.
-지로타치는 다른 대태도처럼 내 팔다리를 뎅겅뎅겅 베어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를 볼때마다 밝게 웃으며 인사했고, 술을 권하기도 했다. 멋모르고 몇번인가 술을 받아마셨고, 그때마다 분명 한잔임에도 불구하고 만취했다. 숙취에서 깨어나면 분명 자동으로 아물었던 상처가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뒤로는 지로타치의 술을 받아마시지 못했다. 술에 대해서는 나중에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랑 약속했던 일을 하고 있을때 알았다. 지로타치가 술병을 들고 찾아오자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술도 적당히 좀 마시라고 다정히 충고하면서 검은 장갑을 낀 손가락을 내 눈구멍에 쑤셔넣고 안구를 끄집어내 지로타치의 술병에 넣어주었다. 수색이 이쁘니 이 잔으로 마셔야 한다면서 하얀 잔에 따르던 옅은 분홍색빛의 술. 내가 그에게 지불한 대가 중 일부는 분명 지로타치를 통해 내게 돌아왔을 것이다.
-무슨 일이 떠오르든 과거는 과거다. 어떤 고통을 겪었더라도 과거로 흘러가버리면 조금씩 끊임없이 바래어간다.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쓰든 그 때의 고통을 그대로 표현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마주볼수 없을 만큼 아픈 일은 말하고, 쓰고 나면 한번은 걸러져서 단조로운 사실만 남는다. 그렇게 하면 무서움이 조금씩 줄어간다. 전에는 떠올리기만 해도 무섭고 아팠는데. 그렇게 말하자 츠루마루가 경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생각을 할 정도의 뇌세포가 남아있냐면서. 휘두르는 주먹을 얄밉게 피하고선 웃으며 그러니까 뭐든 말하면 편해지는 법이라고 츠루마루는 내 옆으로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때다 싶어 잡아서 등짝을 후렸다.
-당연한 일들을 하나씩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자른 혀를 도로 붙여주겠다고 스테이플러를 찍던 히라노의 모습보다는 내 옆에서 계산이 틀렸다고 정중하게 정정해주는 히라노의 모습이 그보다 몇 배는 더 선명하고 밝게 떠오른다. 아주 천천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다.
-분명 앞으로는 대태도가 필요한 일이 있을 테니까, 조금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기로 했다.
-간만에 마루에 꿇어앉아 손 들고 벌서는 남사가 있었다. 미카즈키가 이름까지 붙여서 냉장고에 넣어둔 롤케이크를 누가 먹었다고 낙담해있는 걸 보고 다들 자체적으로 범인을 색출해내더니 츠루마루로 범인이 좁혀지던 와중 양심에 찔린 우라시마가 자백해버린 것 같다. 오늘은 하치스카가 의뢰패 뒤에 '식욕에 지지 말고 진품의 품격을 지키자' 라고 써와서는 벌서는 우라시마의 목에 걸어주었다. 미카즈키에게는 내 푸딩을 줬다.
-남사들은 혼마루의 여러가지를 거덜낼 기세로 구슬을 모아오고 있다. 제법 모아뒀다고 생각한 금화를 탈탈 털어 돌격하는 기세에 눌려 안그래도 된다는 말은 못했다. 이제 2만개를 조금 넘게 모았다고 어딘지 내 눈치를 보듯 말하는 오오쿠리카라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공문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럴법도 하다. 남사들이 머뭇거리며 들고 온 검을 들고 도해실로 들어갔다. 그냥, 내가 문제일 것이다. 이제는 괜찮아진 일도 많지만, 다시 고개를 돌리고 외면해버리게 되는 일도 아직 많다. 오사후네의 검을 조용히 도해했다.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해요. 나는 아직 당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오쿠리카라와 츠루마루가 안색을 살핀다. 미안하군. 역시 보상으로 주어지는 건 물건만 가지고 돌아오는게 좋았는데. 아냐. 괜찮아. 아는 사이니까 두고오기 힘들었겠지. 오히려 지금까지 나 생각해서 한번도 가져오지 않은 거잖아.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를. ...... 그렇게나 그 녀석에게 안좋은 기억이 많은 거냐. 고개를 저으려다가 끄덕였다. 말하면 편해진다고 말해놓고 번복하고 싶지는 않다.
-굳이 내가 당한 일을 말하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닐거 같은데 왜들 들으려고 하는지. 그냥 당한 일 중에 하나만, 내가 싫어하는 음식과 함께 가르쳐주었다. 사족이지만 난 소시지가 제일 싫다.
-다음날 부엌에서 하세베가 오오쿠리카라와 츠루마루에게 영문도 모르고 혼나고 있었다. 겨우 말리고 소시지는 단도들 반찬으로 주면 된다고 둘을 달랬다. 하세베가 억울한 표정이기에 하세베도 달래주고 같이 식사준비를 했다. 이러라고 말해준게 아니었는데.
-뭐, 그정도나 말한 것도 엄청 대단한거 아닐까. 역시 나는 많이 나은거 같다. 나 스스로도 자랑스럽다. ......혼자 거울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던거 뿐인데 왜 하필 그 때 미카즈키가 지나간 걸까. 그래그래, 장하구나.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뭔가 진 기분이 든다.
-앞으로는 날 생각해서 도검을 두고 올 필요는 없다고 말해둔지 얼마 뒤 남사들이 큰 창을 가지고 왔다. 참 빨리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