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1)
-견습이 온다는 말을 들었다. 공문을 읽던 내 손에서 하세베가 공문을 뺏아 읽더니 웃었다.
이 혼마루에 와서 배울 것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확히 뭘 비웃는 건지 말해주면 좋겠는데, 근시님.
아직도 연도가 최고에 도달한 남사가 카슈 키요미츠 하나밖에 없는 이 혼마루에 견습 사니와가 와서 주인의 무엇을 배워갈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
됐어, 내가 바보였지. 다른 혼마루 하세베가 부럽다.
저도 다른 혼마루의 사니와가 가끔 유능해 보입니다.
나는?
항상 유능하지 않아 보이지요.
나는 결국 하세베랑 같이 웃어버렸다. 나는 내 무능함을 알고, 그럼에도 받쳐주며 주명을 쫓지 않는 하세베를 좋아헀다. 다른 하세베들과 비교하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도 나를 앞에 두고 지금 주인은 그런 녀석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하세베가 편했다.
-견습이 온다는 소리는 금방 혼마루 안에 쫙 퍼져버렸다. 순수하게 두근거리는 남사들이 대다수, 불안해하는 남사들이 소수였다. 후자의 남사들은 내가 얼마나 미덥지 못한지를 알고, 동시에 자신들이 아직 얼마나 더 불안정함을 남겨두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 중 대표로 뽑혔는지 카슈가 원정을 마치자마자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안돼!
돼.
뭐가 안되는지부터 물어봐줘야지!
티격태격한 끝에 카슈가 그렇게나 견습을 싫어하는 이유를 털어놓았다. 그럴 줄 알았지만 역시 또 괴담처럼 퍼져 있는 혼마루 탈취에 대한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나는 카슈를 앉혀놓고 이 혼마루는 원래 용도와 약간 빗나간 용도로 사용되고 있고 다른 혼마루보다는 사니와의 역할이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잘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마인드로 상처받은 도검들이 보내져서 치유되는 곳이기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니와가 아니면 곤란하다고. 그럼에도 카슈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싫어.
그럴 리는 절대로 없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카슈는 넘어갈 거 같아?
절대 안 넘어가지, 당연히.
그러면 됐네. 우리 혼마루에서 연도가 가장 높은 건 카슈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 정말이지.
-하지만 역시 의아했다. 이 혼마루는 내가 카슈에게 설명했던 대로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엔 몰랐던 사실이지만 내 존재 자체가 불안정한 정신과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도검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나 트라우마를 조금씩이나마 잊어가고 평온을 찾을 수가 있다고. 그러니까 이 혼마루는 내가 아니면 별 의미가 없다. 견습이 와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탈취의 목적 같은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 혼마루엔 희귀한 도검이 많이 모여 있는 것도 아니고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라 아무 메리트가 없다. 마음 편하게 견습을 기다리기로 했다.
-견습이 오는 것은 3일 뒤. 미츠타다가 이상하게 의욕을 불태우고 있기에 물어보니 주인이 얕보이는 일이 없도록 성대하게 만찬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말리고 싶었지만 다른 도검들도 오히려 합세해서는 눈을 이글거리고 있었다.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면야 나는 뭐가 어찌됐든 좋은 노릇이다.
단도한 미츠타다와는 많이 친해졌다. 그 검은 옷자락과 장갑도, 금색의 척안도 옛날처럼 숨 막힐 듯 무섭지는 않다. 미츠타다는 내가 겪었던 일은 잘 모르지만 동소체에게 안 좋은 일을 당했다고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자기 일처럼 화내주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기에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 뒤로 친해진 것은 좋지만, 너무 나에게만 무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한다. 다른 도검들이 그걸 지적하기도 하고.
-오늘도 하루 세 번의 단도를 했다. 아직도 나는 기다리고 있다.
중간점검을 하는 느낌으로 도첩을 펼쳐보았다. 아직도 비어있는 남사들의 목록이 많다. 다 갖춰지지 않은 도파는 아와타구치, 사몬지, 사다무네, 산죠, 라이, 카네사다, 미이케, 아오에, 무라마사, 코테츠 등등. 듬성듬성 비어있는 목록이 가끔은 얄밉다. 특히 카네사다.
-혼마루는 많이 북적북적해졌다.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도검들과 같이 지내고 있다. 나는 하루의 업무지시를 내린 뒤 남는 시간을 거의 대부분 내가 좋을 대로 보내고 있었다. 평소에는 맡은 도검을 돌봐주고 있지만 기쁘게도 최근에는 블랙 혼마루에서 구출된 도검이 없다고 한다. 여러가지로 기쁜 일이다. 어쩌면 견습 때문에 업무를 잠시 보류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견습을 마중나가러 현세로 가려고 했지만 도검들에게 만류당했다. 주인의 체면이 있으니 혼마루에 오는 걸 기다리는게 좋다느니 뭐라느니. 평소에 나를 얕잡아보는 하세베가 그렇게 말하면 아무 설득력도 없지 않을까. 담당자에게 견습이 길을 잃거나 하지 않도록 잘 봐달라고 말했다.
-방침이 변경되어 이제는 견습으로 업무를 배우는 사니와들에게도 미리 초기도가 지급되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애초에 견습으로 미리 일을 배워두는 게 중요하니까 초기도와의 관계를 다져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처음 생각해뒀던 방보다 조금 더 넓은 방을 주도록 했다.
-견습이 도착했다.
-견습을 교체해달라는 요청과 견습의 초기도 현현 금지 요청은 모두 거부당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택했던 농성은 3일만에 츠루마루에 의해 강제로 해제당했다. 견습 사니와가 아무것도 못하고 방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하며 츠루마루는 한심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겁쟁이로구나.
미안해.
내가 아니라 그 여자아이에게나 사과하는 게 어떠냐. 잔뜩 주눅들어서 방 밖으로도 안 나오고 있질 않느냐. 다행히 다른 녀석들이 친절히 대해주고야 있지만 그 아이는 애초에 네게 배우러 온 거야.
......
단도실을 열고 호기좋게 단도를 시작한 녀석이 이게 무슨 꼴인지 원. 매일 그렇게 와라 와라 노래를 부르던 카센 카네사다의 얼굴이 그렇게나 무섭더냐?
츠루마루.
아니면, 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부드럽게 웃는 카센 따위는 보고 싶지 않더냐?
-마음이 헤집혀 드러나는 순간은 견디기 힘들다.
(2017-02-20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