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숯
2018. 11. 16. 11:52
※해당 연성은 도검난무의 2차 창작으로, 원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블랙혼마루 등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설정을 다수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묘사에 캐릭터 개악/헤이트 창작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폭력 및 고어요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사니와가 주인공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번외: 하치스카의 시점
-주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주인에게 관심이 많다. 그래서 주인이 우리가 데려온 검들을 겨우 현현시켜놓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망설이는 것도 알아챌 수 있었다. 혼마루의 대들보 역인 헤시키리 하세베를 불러 주인과 새 도검들과의 사이에 대해 말하자 그도 동감해 주었다. 확실히 모노요시 사다무네나 고토 토시로, 니혼고를 대할때 보이지 않는 어색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주인에게 도움을 받은 몸으로서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최대한 친해질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 목표는 고토 토시로로 정했다. 모노요시 사다무네는 그보다 일찍 와서 이 혼마루에 어느 정도는 적응했고, 니혼고는 하세베랑 티격태격하거나 술을 마시는 걸 보면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고토 토시로가 자신의 형제들을 보며 혼란스러워 하는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다.
그래서 일단 당사자들을 제외하고 토의한 결과 내일의 출진과 원정은 마에다 토시로와 히라노 토시로, 고토 토시로를 제외하기로 했다. 혹시 모르니 기존 도검들 중 하나가 남아서 지켜보는게 좋겠다고 말하자 다들 자기가 남아야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싸움이 날 뻔 했다. 그냥 내일의 근시인 내가 남겠다고 월권을 행사했다.
-그 동안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니혼고가 입을 열었다.
과보호가 아닌가? 아무리 미덥지 않더라도 엄연히 우리들의 주인으로 대해야 할 것을, 극성스러운 부모들 같은 태도로군.
그 말에 카슈 키요미츠가 발끈했다.
우리 주인은 섬세한 아이란 말야!
아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군, 하지만 동감이다. 조금만 잘못돼도 자기 몸을 베고 잘라대는 인간을 함부로 다루면 안돼.
오오쿠리카라도 동의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 자리에는 주인에 대한 존경과 경의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군, 이름높은 명검들이 뭘 하는 건지.
-일단 초기 멤버인 카슈 키요미츠와 오오쿠리카라,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열심히 니혼고에게 이 혼마루가 어떻게 세워지고 어떤 경위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블랙 혼마루 같은건 들어본 적 없는 니혼고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흔들리는 건 제법 재미있었다.
그 와중에 나를 현현시키기 전에 무서움을 달래려고 자해했다는 이야기가 나와 깜짝 놀랐다. 츠루마루 쿠니나가에게 회초리를 맞은 건 기억나는데 이유가 그것이었다니. 다행히 요즘은 자주 자해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주인에게 내일의 일정을 전달했다. 고개를 끄덕이긴 하는데 역시나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본인도 더 나아지고 싶다고 했으니까 일단은 작은 것부터 시작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고토 토시로는 출진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출진부대를 마중나가는 걸 주인이 다음엔 전투에 내보내겠다고 달래고 있었다. 가끔은 주인 노릇을 잘 해내는 것이 믿음직스럽다.
출진부대와 원정부대가 나가고 나면 남는 도검은 몇 없다. 주인은 그 몇 없는 도검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한 모양이다. 어색한 침묵을 못 견뎠는지 주인은 갑자기 밤을 구워 먹자고 일어나서는 화로를 가지러 갔다.
-남은 인물 중에 밤을 구울 때는 칼집을 내야 한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문제다. 반나절이나 걸려 방을 치웠다. 주인의 이마에 난 혹을 볼 때마다 돌아온 도검들이 뭐라고 할지 걱정스럽다.
-마에다 토시로와 히라노 토시로는 어딜 가든 꼭 붙어다닌다. 고토 토시로의 부탁으로 둘이 도장 제작실로 가 도장의 수를 세고 정리하는 동안 방에는 나와 주인, 고토 토시로만 남았다.
우리 꼬마들, 사실은 나한테 말한 것보다 더 힘들었지?
주인이 멈칫했다.
누구한테 들었어?
분위기만 봐도 알아. 그래서, 설마 주인이 괴롭힌건 아니지?
그랬으면 내가 멀쩡하겠냐, 다른 애들이 가만히 안 있는다니까. 여긴 원래 그런 혼마루란 말야. 나부터가 다른 도검들한테 괴롭힘당하다가 왔고, 다른 애들도 거의 그래. 너랑 모노요시, 니혼고는 예외지만.
헤헤.
고토 토시로는 그 말에 딱히 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긴 그럴거 같았어. 주인부터가 굴 안에 있는 겁먹은 너구리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걸. 누구 괴롭힐 거 같진 않긴 해.
고토 토시로, 주인에 대한 예의가 없군.
맞아, 맞아. 주인에 대한 하극상이라고. 좀 더 공경하란 말야.
이때다 싶어 맞장구를 치는 주인이 가끔 한심하긴 하다.
-아무튼 고토 토시로와 주인이 마음을 터놓은 대화를 하는 건 처음이다. 고토 토시로는 자세한 일은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었는지 형제들이 당한 일만으로도 하얗게 질려있었다.
어째서 그런 거야? 그 못된 사니와는.
주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러게, 어째서일까. 한 번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어째서 이렇게나 많을까.
그렇게 말하더니 시선을 떨궜다.
없었어야 하는 일들인데. 그런 일들이 없었다면 나도 아마...
주인은 거기까지만 말하더니 입을 다물고는 그냥 고토 토시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토는 키도 크고 형이니까, 마에다랑 히라노를 잘 돌봐줄 수 있을거야. 다행이다. 고토가 있어서. 나 혼자서는 무리거든.
-고토 토시로가 나간 동안 주인과 대화했다.
친해졌으면 좋겠는데.
그럴 줄 알았어. 다들 왜 이렇게 쓸데없는 참견을 하는거야. 다들 천천히 친해져 가고 있는 참이란 말야.
니혼고랑 똑같은 말인데, 그거. 니혼고도 주인을 과보호한다고 말했었거든.
다들 알면 자중하란 말야.
그런 걸 하필 우리한테 바라는 거야? 무리지.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다. 더 이상 우리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만큼 주인도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조금 과하게 챙기는 감도 있지만.
-어색함을 달래려면 같이 노는게 제일이라며 주인은 티비에 게임기를 연결했다. 친선도모 게임은 주인이 패드를 집어던지는 걸로 끝났다. 한 번쯤은 접대게임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고토 토시로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나중에 보니 마에다 토시로와 히라노 토시로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모두들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오자마자 카슈 키요미츠와 츠루마루 쿠니나가가 주인의 이마에 난 혹은 뭐냐고 길길이 뛰는 바람에 진땀을 뺐다.
-저녁식사 시간에 주인의 왼쪽에 앉은 것은 고토 토시로였다. 오른쪽은 비워둔다. 가끔 수저나 젓가락을 놓쳐 음식을 흘린다는 이유로 주인이 비우게 한 것이다. 고토 토시로는 옆에 앉아있는 동생들과 주인에게 반찬을 집어 밥 위에 얹어주는 등 식사시간 내내 분주했다.
그래도 즐거워보이니 다행이다.
-서비스가 계속되는지 이번에는 주인의 방에 들어가선 이불을 펴놓고 있다. 역시나 이건 좀 우스워서 물어보니 주인이 그래도 고마우니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토 토시로는 자기보다 키가 큰 주인을 아와타구치의 동생 중 하나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