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숯 2018. 11. 16. 11:46

※해당 연성은 도검난무의 2차 창작으로, 원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블랙혼마루 등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설정을 다수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묘사에 캐릭터 개악/헤이트 창작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폭력 및 고어요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사니와가 주인공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싫어하는 말: 죄책감, 부채, 짐. 누가 나를 위해 그걸 짊어지는 것이 싫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나를 좋아하고 내게 미안하기에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일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그 누군가도 내가 짊어지는 것을 싫어하겠지만, 나 역시도 그것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것이 지금처럼 하지 않는다와 하지 못한다의 차이로 드러난다. 기껏 모두가 데려다주었는데. 왜 모노요시 사다무네를 현현시키지 않는지 의아해하는 도검들에게는 대충 변명했다.

-혼자 가만히 좌대에 놓인 검을 바라보다가 결국 정기보고서에 사실대로 서술했다. 얼마 뒤에 담당자의 소견과 상부의 견해가 돌아왔다. 도검의 입수와 현현은 각 사니와의 재량이니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담당자의 개인적인 메일이 하나씩.

-'내가 볼 때는 그냥 그거 같아요. 전에 코우쨩이 처음으로 현현시킨 건 카센이었죠. 당신의 손에 들어와 현현시키기 전까지는 자고 있던 도검. 직접 현현시킨 도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크게 좌우할 걸요. 물론 영력이나 컨트롤이 망가진 탓도 있지만, 본래 이쪽 분야에 정신적인 상태가 크게 작용하는 건 알테고. 신경쓰이면 마침 신입 사니와들 연수 있는데 재교육이나 받아볼래요?'
그럴 생각은 없지만 저 말은 맞는 말일지도. 유일하게 내가 직접 얻은 도검을 내가 직접 불러내어 지옥으로 빠뜨린 거라는 마음은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 그 생각이 모노요시 사다무네에게도 무의식중에 적용될 줄은 몰랐는데.

-모노요시 사다무네를 현현시키려고 시도하다가 카슈에게 들켰다. 어리둥절하는 사이 카슈가 놀란 얼굴로 뛰쳐나갔다. 이유는 여전히 모르는 채로 곧 들이닥친 하세베와 오오쿠리카라에게 끌려서 혼마루 도검회의에 강제소집됐다.

-도검을 현현시키는 것이 사니와의 기본 소양이 아니었나.
그렇습니다만...
그러면 그것도 못하게 됐다면, 주인이 더 이상 이 혼마루에 못 있거나 그러는거 아니야?
아니, 그건...
주인이 떠나는거 나는 싫은데!
잠깐만, 저기...
혹시, 그래서 지금껏 저희에게 얼버무리고 계셨던 건...
이런, 큰일이구나. 혹시 사니와가 떠나는 건 아니냐...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 우리가 못 떠나게 막아주면 되잖아!
다들 그러지 말고 내 말도 좀 들어주면 안돼...?

-이야기를 다 듣고 한심하다는 듯 츠루마루가 고개를 저었다. 기껏 어렵게 꺼낸 이야기였는데.
전부터 남은 미련이나 애석함으로 여기고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그게 이제 발목까지 잡는구나, 바보같은 녀석.
그러고 보면 츠루마루는 전부터 내 미적지근한 태도를 싫어했었다. 츠루마루가 일어나 나가버린 뒤 쟤 왜 저러지 하는 눈빛으로 그 뒷모습을 보고 있던 오오쿠리카라가 자신의 본체를 내게 내밀었다. 혹시 모르니 자신을 되돌렸다 다시 현현해보라는 말에 나는 머뭇거렸다. 안되면 어떻게 하지. 결국 오오쿠리카라를 본체로 되돌렸다. 손안에 쥔 검에 영력을 불어넣자 다시 천천히 빛무리가 모여들어서는 인간의 형체를 만들어냈다. 딱히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 오오쿠리카라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그러면 우리들을 현현시키는 데는 확실히 무리가 없다는 뜻이군, 하고만 말했다. 무서워서 확인 못했는데 덕분에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혼마루에 있는 도검들은 자유롭게 현현시킬 수 있다. 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상태 그대로라면 잃을 것도 없다. 나는 그저 마음을 꼭 잡고, 흔들리지 않게 부여잡고서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 된다. 또 누군가를 곁에 두더라도 이제는 잃지 않을 수 있다. 나 때문에 고통받지 않을 수 있다. 모두가 나를 위해 데려왔으니까.

-츠루마루 공에게 들었습니다. 주군께서는 가장 처음 만난 이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엑, 왜 남의 사생활을...그건 그런데, 왜?
그건...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사람은 언제나 그리운 거라고 형님이 가르쳐줬었거든요.
어린...아, 아니지. 너희가 나보다 훨씬 나이는 많지만 어린아이 모습이다 보니 이런 무거운 이야기는 좀 안맞는 듯도 하지만. 그러니까 어...음. 위로해주는 거야?
아니요.
은근히 가차없구나.
형님은 이별이 슬프더라도, 영원히 함께일 수는 없다고도 하셨습니다.
그것도 또 맞는 말이지. 그런데 그 이치고 히토후리가 그런 말을 다.
형님이 부러지기 직전에 저희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
그냥, 주군께도 들려드리고 싶어서.
......고마워.

-또 아프지 않은 꿈을 꿨다. 언제나 같은 나무 밑. 벚나무 아래에 한가득 모란꽃잎이 떨어져 있다. 듬성듬성해진 가지 너머로는 선명하게 초승달이 보인다. 가만히 여러종류의 꽃에 둘러싸인채 앉아있다 보니 하얀 옷을 입은 소년이 다가왔다. 웃으면서 손에 든 것을 건넨다. 조그만 네잎클로버였다. 당신에게도 행운이 따랐으면 좋겠어요, 라고 맑은 목소리로 말하며 소년이 웃는다. 너무 알기 쉬운거 아니냐고 꿈속에서도 웃어버렸다.


-22xx년 xx월 xx일자 보고 확인.
도검 및 사니와의 상태: 이상없음. 히라노 토시로와 마에다 토시로의 정신오염도 하락 확인. 해당 도검 위험도 현재 D급.
특이사항: 모노요시 사다무네의 입수.
관찰자 견해: 문제없음. 너무 문제없어서 재미가 없음.
[일지에는 잡담을 쓰지 말라고 또 혼났습니다. 하지만 무심코 써버리게 됩니다. 극적인 재미가 없으니, 아쉬운걸요.]

-22xx년 xx월 xx일자 보고 확인
도검 및 사니와의 상태: 이상없음. 모노요시 사다무네는 미현현 상태.
특이사항: 사니와의 이상 보고. 도검 현현에 문제를 겪고 있음.
관찰자 견해: 정신적 트라우마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임. 큰 문제는 없으나 만약을 기해 관련 프로그램을 소개후 이수할 것을 권함.
[다소 영력이 불안정해진 부분이 있는 것도 원인중 하나로 보이니 잠시 검사를 받을 것도 권유해볼까요. 그나저나 겨우 도검 하나 잃은 건데 그렇데 힘든 걸까요? 다시 카센 카네사다를 만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블랙 혼마루에서 입수된 카센 카네사다 리스트도 쭉 뽑아놓았는데 본인이 거부하면 억지로 맡길 수도 없으니 뭐, 어쩔수 없죠.]

-22xx년 xx월 xx일자 방문결과 기록
동반도검: 츠루마루 쿠니나가
방문목적: 영력측정 및 영력 안정화 프로그램 이수
특이사항: 없음.
관찰자 견해: 정기적으로 방문 후 프로그램 이수 권장. 경우에 따라 심리치료 요함.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제가 싫은 모양입니다. 코우쨩도 절 싫어하기야 마찬가지니까, 도검이랑 사니와는 닮는 걸까요? 여기서는 얌전히 제대로 일만 했는데도 미움받네요, 뭐, 딱히 호감살 필요는 없습니다만. 다른 도검의 인수는 영력 안정화 프로그램 수료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조금 수라장이 보고 싶긴 하지만 일에 사감은 넣으면 안되죠. 아쉽지만.]

-22xx년 xx월 xx일자 보고 확인.
도검 및 사니와의 상태: 이상없음. 사니와의 프로그램 수료 확인.
특이사항: 사니와의 영력불균형 상태가 다소 개선됨.
관찰자 견해: 지금은 딱히 필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보지만, 정화능력이 조금 향상된 것을 확인. 치유력의 변화에 대해서는 직접 발동 확인을 본 뒤에 알 수 있을것 같음.
[확인해보고 싶은데. 그러고 보니 요즘 꽤 멀쩡히 지내고 있지 않나요? 손목이라도 그어주면 관찰이 쉬울텐데.]

-22xx년 xx월 xx일자 보고 확인
이상 없음. 모노요시 사다무네 현현 확인.


-각자 한마디씩?
관심없다. 그보다 그 녀석...너와는 잘 지내는가.
에? 왜 내가 처음이 아냐? 이런건 나한테 가장 먼저 물어봐야지! 아무튼. 조금 부럽기도 하지만 괜찮아. 주인을 가장 처음 만난건 나니까. 그보다 괜찮아? 모노요시랑 제대로 대화하고 있어? 그 애 불안해한단 말야.
와키자시 친구가 생겼어! 왠지 죽이 잘 맞을거 같은걸. 아, 주인을 많이 신경쓰더라고. 그러니까 좀 상냥하게 해줘!
흰색인게 이제 나뿐이 아니군...하하하. 좋은 아이니까, 네게도 분명 행운이 오겠지.
하하하하. 아이들은 그렇게 밝고 활발한게 좋지. 그러니까 너도 조금 웃고 다니면 어떻겠느냐.
너무...시끄러워서 놀랐지만, 그런거 좋아. 나중에 같이 놀고 싶어.
아직 주군께서는 모노요시 사다무네와 친해지지 못하신거 같으니 걱정입니다. 하긴, 원래 그런 분이시지만.
저희는 아직...이 혼마루도, 주군도 낯설지만./그래도 주군에게는 고마운 마음이니까.../정말로 그 분이 행운을 가져오면 좋겠어요.
나 참~그렇게 열심히 데려왔는데 보람이 없나. 아. 그래도 괜찮아! 나중엔 다 친해질테니까.
주인은...낯가림이 심하긴 하지. 이해하지만. 그러니까 서두르지 않도 괜찮아.

-떠들썩하다. 어느새 식구는 늘어났고, 거기에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하나가 늘었다. 웃으며 인사하는 하얀 도검에게 뭐라고 대답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제대로 웃었던가? 남사들의 말대로 확실히 무섭지는 않았다. 만난 적이 없으니 안 좋은 기억도 없다. 하얀 백지같은 아이에게 나는 분명 얼룩일 텐데. 정말로 모르겠다. 어떻게 닿으면 더럽히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에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다른 도검들과 모노요시는 잘 지내는 모양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직 연도가 낮은 모노요시가 똑같이 연도가 낮은 다른 단도들이랑 같이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출진하고 연도를 올리고 있다고 하세베가 보고해줬다. 하세베랑 같이 가서 도장의 수를 체크해서 필요한 만큼 새로 만들어넣었다.

-모노요시에게 혹시 모르니 시시오에게 말을 걸때는 등 뒤나 시야 밖에서는 말을 걸지 말라고 당부해두었다. 그 외 주의할 것이 몇개인가 있기에 추가해서 말해두었다. 모노요시는 갸웃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는 당부해둘 것이 적었다는게 의외였다. 다들 나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구나. 나는 아직 한가득 남아있는데.

-모노요시가 단도실에 대해 물어보았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여기에는 큰 필요가 없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현현된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지식은 있는지 검을 단도하지 않는다는 말에 의아해하는 모습이었다.

-카슈가 모노요시를 데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 같이 놀려는 걸까, 많이 친해졌나 보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가 아직 모노요시에게 살갑게 굴지 못하더라도 다들 도와주겠지. 언제나 고맙다.

-주인님께도 분명 이제부터는 행운이 한가득 찾아올 거에요. 제가 행운을 꼭 가져올 테니까요!
내 손을 꼭 쥐며 그렇게 말하는 모노요시에게 나는 웃으려고 노력했다. 고맙다는 진심은 무엇으로 보여야 다 보일수 있을까. 나를 걱정해 모노요시에게 살짝 언질을 넣는 카슈에게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걱정해주는 모노요시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