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숯 2018. 11. 16. 11:24

※해당 연성은 도검난무의 2차 창작으로, 원작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블랙혼마루 등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설정을 다수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묘사에 캐릭터 개악/헤이트 창작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폭력 및 고어요소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사니와가 주인공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세베는 고기를 못 먹으니 이렇게라도, 라며 자주 생선요리를 했다. 나와 우라시마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도해실에 향을 피우러 들어갔다. 카센의 칼집에 모란꽃 한 송이가 꽂혀 있었다. 언제 두고 간 것인지, 꽃잎의 끝이 약간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꽃을 가지고 나와 방에 있는 꽃병에 꽂았다. 출진 결과를 보고하러 들어오던 츠루마루가 그것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서로 감싸주되 건드리지 않는다, 가 아니었던가.

-츠루마루와 사흘째 말을 하지 않았다. 다들 의아해하고 걱정스러워했지만 이건 둘만의, 매우 중대하고 큰 문제다. 츠루마루도 나만 보면 흥, 하고 고개를 돌려버리는게 약이 올라서 나흘째부터는 식음을 전폐했다. 츠루마루가 고개를 숙이기 전에 카슈와 오오쿠리카라에게 혼났다. 그날 저녁은 좋아하는 감자조림이랑 밥을 먹었다. 제대로 화해하지 않으면 내일은 소시지볶음을 올릴 거라는 하세베의 협박에 츠루마루랑 화해하기로 했다. 하세베는 취미가 나쁘다.

-왜 그랬냐고 물었다. 볼이 퉁퉁 부은 표정으로 츠루마루는 나를 원망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네가 미츠타다를 데려오기 무서워하는 것도, 호타루마루를 무서워하는 것도 다 존중하고 납득하고 있어. 하지만 그건 어째서인가. 칼집을 버리지조차 못하고 남겨둔 그리움이라면 왜 다시 보고 싶어하지 않는거지.
그런 이야기를 왜 이제 와서 하는 거야.
나에게는 중요한 이야기거든, 사니와. 제대로 묻지. 카센 카네사다를 데려오거나 현현시킬 생각은 없나?
일언반구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나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도해실에 이불과 베개를 갖다놓았다가 하세베에게 혼났다. 그래도 몰래 도해실에 갔다. 거기서 혼자 잘 거다. 이건 나와 츠루마루와의 기나긴 투쟁의 시작이다.

-네 결계는 구멍이 숭숭 뚫려서 그걸로 깨도 거를수 있겠더구나. 하고 츠루마루가 비웃었다. 이불을 덮어줘서 고맙다고 해야 되는지 결계를 친 장본인도 모르게 결계를 찢고 들어와 한 이불을 덮고 잔 것에 화를 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이 이불에 돌돌 말려 본채로 끌려왔다. 늦잠을 자서, 훈계는 점심 밥상머리에서 듣게 되었다. 가뜩이나 넘기기 힘든 가라아게가 목구멍에 걸린 것 같다. 점심 식단은 분명히 일부러다. 하세베가 안보는 사이 잽싸게 남은 가라아게를 시시오에게 패스했다. 오오쿠리카라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츠루마루는 슬쩍 옆에서 조용히 밥만 먹다가 왜 거기 있는 줄 알았으면 안 데려왔느냐고 같이 혼났다.

-잘 들어. 츠루마루 쿠니나가. 네가 무슨 생각으로 물었는지 모르겠는데 혼마루에 어떤 도검을 두느냐는 내가 정해.
그런것 치고는 정부의 기분나쁜 아이가 꽤나 관여하더만.
그건 그거고.
아무튼 그래서 카센 카네사다는 안 데려와. 혹시 출진에서 데려와도 현현시키지 않고 도해할 테니까 그런 줄 알아.
기분나빠하려나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입을 툭 내밀고 있었다.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않으면 나도 손댈 수가 없지 않느냐. 비겁한 녀석.
츠루마루는 그렇게 말하고선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나가버렸다.

-카슈가 츠루마루랑 대련을 가장한 진검승부를 벌여 둘다 중상을 입었길래 나란히 수리실에 집어넣었다. 도움패도 자원도 남으니까 바로 회복시켰다. 그동안 너무 수리실을 노려보고 있었나. 다른 도검들이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 수리실에서 나온 두 말썽꾸러기한테 마굿간 당번을 시켰다. 왜 싸웠는지 물어봐도 대답 안하길래 내일 내가 하려고 했던 거지만 말똥까지 치우게 했다.

-사요를 다른 곳으로 보내기로 했다. 얼마 전에 이케다야에서 사요를 잃고 비탄에 잠긴 사니와에게 가게 된다고 했다. 거기에는 코우세츠 사몬지도 있고, 그 집 둘째도 있다고 하니까 그곳에 가서 행복했으면 한다. 사요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팔거나 하는게 아니라고 다독인 뒤에 나는 너에게 가족을 줄 수 없으니까, 라고 말해주었다. 사요가 몰래 곁눈질로 우라시마랑 하치스카를 보고 있던 것은 나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고. 하지만 나는 아직 우리 혼마루에 사몬지 형제 세명이 모이도록 해줄 수가 없으니까. 사요는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주인이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사람 정도는 베어주고 떠나도 좋았을 텐데. 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미워하는 사람. 없었을걸. 아마. 있었을까? 나는 그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 부분의 기억만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혼란스럽다. 살을 파고드는 칼날이 분명 원망스러웠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필요없는 생각을 깊은 곳에 처넣는다. 마지막으로 사요 앞에 무릎을 꿇고 안아준 뒤에 보냈다. 조그만 아이는 두 손 한가득 곶감이랑 과자가 든 보따리를 들고 몇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게이트 너머로 사라졌다. 같이 있어줬으면 하지만 조금 더 제대로 된 곳으로 가서 지냈으면 하니까. 전의 혼마루를 떠올렸다. 사요의 마른 팔 안에 한가득 간식을 안겨주고 싶었다.

-하치스카랑 많이 친해졌다. 이전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처음엔 거북해서 계속 피해다니다가 단도직입적으로 대화를 원하는 하치스카랑 대화하고 나서는 그럭저럭 많이 친해진 편이다. 배가 갈린 이야기만 빼고 다 했더니 그렇게 심하게 괴롭힘당했다면 나라도 그렇겠지, 라면서 이해한다고 말해준 덕에 오히려 조금 덜 거북해졌다. 하치스카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좋은 성격이었다. 비뚤어진 곳도 구부러진 곳도 없어서 대체 왜 블랙혼마루 출신 케어 리스트에 올라있던 건지를 알 수 없었다. 의외로 그 이유는 며칠 뒤에 알게 됐는데, 우라시마와 하치스카랑 같이 차를 마시다가 우라시마가 무심코 나가소네의 이야기를 꺼내게 됐을 때였다. 하치스카는 부드럽게 웃으며 좋은 분이지, 존경하는 형님이다. 그렇게 말했다. 얘가 미쳤나.

-제발 관련서류에는 자세한 사항을 적어줬으면 좋겠다. 실실 웃는 담당자를 닦달해 들은 이야기로는 자신을 돕고 부러진 나가소네 때문에 한참이나 정신이 망가져 있다가 겨우 제정신을 차렸지만 나가소네에게 가지고 있던 여러 감정이 뒤엉키고 부서진 덕에 지금의 하치스카는 나가소네를 친형인 진품 코테츠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한다. 우라시마는 딱히 고칠 필요 없을 거라고 우기는데 고쳐야 하나 이 착각을.

-"요즘 편하게 잘 지내지요?"
"야 너 그만좀 아..."
"싫으면 이제 슬슬 다른 사니와들이 하는대로 단도도 하고 검도 주워오시던가요. 그렇게 편의를 봐주는데 왜 자꾸 기어올라요. 아, 이거 내 발언 아닙니다. 상사가 한 소리니까 그냥 얌전히 받아가세요."
"아 진짜......리스트는?"
"없어요. 이번엔 지정이네요. 귀한 검이니까 반드시 잘 돌봐주시기. 시중받는거 좋아하는 검이니까 잘해줘야 됩니다~."
수화기를 떨어뜨렸다.

-미카즈키 무네치카한테 심한 짓을 당한 적은 없다. 어차피 그 혼마루에서 나한테 칼을 안댄 도검을 세는게 더 빠르지만. 심한 짓이라는건 그의 형제도가 나한테 그랬듯 척추랑 가죽 한겹으로 겨우 이어진 두동강난 반주검을 만드는 거라던가, 아니면 아와타구치의 협차가 그랬듯 말똥이 가득찬 구덩이에 던져넣고 흙을 덮는다던가, 그도 아니면 아와타구치의 다른 단도가 그랬듯 호치키스로 잘린 혀를 붙여주겠다며 빽빽하게 찍어버리던가, 그런 정도의 일을 말하는 거다. 미카즈키는 그저 단순히 나를 보면 보기 싫다고 별채로 돌아갈 것을 권했고, 내가 그 권유를 받아들일수 없을 경우 다른 검들처럼 나를 베었을 뿐이다. 문제는 없지, 없지만. 그저 나는 미카즈키를 보고 반사적으로 녹색의 관복을 떠올릴 뿐이다.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현현시킨지 사흘이 지났다. 흰 기모노만 입고 독방에 앉아있는 그에게는 미안함이 있지만, 정화는 본분이 아닌지라 잘 하지 못한다. 정화가 끝날 때까지만 참아주기를 바란다.

-이틀이 더 지났다. 미카즈키 무네치카는 이제 말할 수 있다. 저주는 거는 것보다 해주가 더 힘들다. 나같이 정화가 서툰 사니와라면 더욱 그럴것이다. 내 몸이었으면 저주에 걸린 부위를 잘라서 재생시키는 게 더 빠르다. 도검의 치유는 자신있으니 미카즈키 무네치카에게도 그 방법은 유효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도검에게 상해를 입힐 수는 없다.

-긴 꿈을 꿨다. 푸른색의 옷자락이 보였다. 기억에 있는 장면이다. 다친 미카즈키를 치료해주려고 다가간 순간. 휘두름이 느리고 파괴력이 강한 만큼, 중간에 멈추지는 않는 무거운 타격은 베어내는 것보단 타격으로 찢고 부수는 것에 가까웠다. 쓰러졌다. 가슴 아래가 거의 사라졌다. 부서진 등뼈로만 이어져 있다. 노기를 띈 신검이 다가온다. 발 아래로 고깃조각을 하나하나 눌러밟으며. 버둥거리지조차 못하고 그저, 의식이 흐려져간다.

-가위에 눌린 모양이었다. 식은땀과 함께 일어나니 해가 지고 있었다. 당황해서 미카즈키 무네치카의 방으로 갔다. 미카즈키는 지친 표정으로 웃으면서 닷새나 밤을 새었다면 어쩔수 없지. 어제는 잘 쉬었느냐, 라고 말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쉽다.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런게 무서워서 일부러 잠을 안 자고 있었던 거였는데.

-부엌에서 증거물을 찾아내고 간이 혼마루 재판을 열었다. 애시당초 우리 혼마루의 도검들은 나를, 사니와라는 직책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다. 계획자인 하세베와 실행자인 시시오에게 내일 혼마루 전체 대청소형을 내렸다. '사니와에게 해서는 안될 일' 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 주인이 지금은 쓰지 않는 수면제를 멋대로 가져다가 불온한 일에 쓰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다시 정화를 속행. 7일째다. 새하얀 벽의 작은 얼룩이 멋대로 뒤틀어지고 번져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잠시 세수를 하고 와서 정화를 계속했다. 잠이 들면 나는 또 땅에 피랑 내장을 쏟고 가운데 토막이 거의 산산조각난 잔해가 되어 있을 것만 같아 잘 수 없다. 그저 미카즈키를 정화한다. 어두운 독방에는 이제야 한 쌍의 초승달이 가늘게 뜬다.

-또 공백이 생겼다. 이번엔 이틀이다. 마지막 기억은 밥을 먹으라고 오오쿠리카라가 그릇이 올려진 쟁반을 가지고 들어온 순간이었다. 그리고는 그가 잠시 내 등뒤로 돌아온 뒤의 기억이 없다. 수면제를 감췄더니 이러기인가. 오오쿠리카라에게 혼자 밭일형을 내렸다. 모처럼 넓힌 밭의 혹독함을 혼자 맛보라지. 그런데 은근히 좋아하는거 같아서 별로 벌이 되는것 같지도 않다.

-미카즈키가 독방 밖으로 나올수 있게 됐다. 저주는 거의 3/4 이상을 풀어냈다. 앞으로는 자연스레 혼마루 내에서도 천천히 그 악의와 독기가 바래고 사라져갈 테니 정화에 굳이 연연하지는 않아도 된다.

-잠을 자지 않은 지 다시 7일째다. 미카즈키는 혼마루 안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정화라고 핑계대기도 힘들다. 그냥 영력이 떨어져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카슈가 매끼 식사를 가져다주었지만 입에 대지 않았다.

-11일. 약속했으니까 자해는 하지 않는다. 다만 잠이 올때 허벅지를 찌르는 정도는 누구나가 다 하는 거잖아? 아...그런데 이젠 더 찌를 데가 없네. 구멍투성이잖아.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허벅지를 찔렀던 송곳을 뺏겼다. 이번엔 정말 모두 보는 앞에서 맨궁둥이를 맞아야 하는가 했는데 츠루마루가 뭐라고 하는 것보다 카슈가 울면서 나를 끌어안는게 더 빨랐다. 그리고 억지로 자리에 눕혀졌다. 다른 도검들이 다 나가고 나서도 카슈는 나가지 않았다.
가서 자.
여기서 자도 돼.
내가 안된다고 하면?
주인은 내가 잠을 못잘 때 팔베개를 해줬잖아. ...... 썩어가는 내장을 덮어야만 잠을 허가받았던 내가, 지금 이렇게 매일 편하게 잘 수 있게 됐는데. 주인이 잠을 못 자는건 말도 안되니까. ...... 무서운 꿈을 꾸지 않게, 주인을 지켜줄께. 첫번째가 아니라도 초기도라고?

-네일팁 1000세트를 만드는 꿈을 꿨다. 아니, 악몽은 아니긴 한데.